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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제 유가 급등하자 멕시코만 초심해 석유 시추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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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6. 03. 15. 10:32

50억달러 규모 '카스키다' 개발…2029년 하루 8만배럴 생산 목표
환경단체 "시추 기술 난도 높아 원유 유출 위험 커"…법적 대응 예고
IRAN-CRISIS/US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 인디언 조약실에서 열린 '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 원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멕시코만 초심해에서 진행되는 대형 석유 개발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미국 내 원유 생산을 확대해 에너지 공급을 늘리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내무부 산하 해양에너지관리국(BOEM)은 전날 영국 에너지 기업 BP가 추진하는 약 50억(약 7조 4950억원) 달러 규모의 초심해 석유 개발 프로젝트 '카스키다(Kaskida)' 생산 계획을 승인했다.

카스키다 유전은 루이지애나 해안에서 약 402㎞ 떨어진 멕시코만 해역에 있다. BP는 이 지역 해저에 6개의 유정을 설치해 2029년부터 하루 약 8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해당 해저 지층에 약 100억 배럴 규모의 원유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카스키다 프로젝트는 수심 1700m 이상의 초심해에서 진행되는 시추 사업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장비가 극도로 높은 압력과 온도를 견뎌야 하므로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2010년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딥워터 호라이즌' 폭발 사고 이후 BP가 추진하는 두 번째 대형 심해 유전 개발 사업이다. 당시 사고로 약 87일 동안 319만 배럴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되며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해상 원유 유출 사고로 기록됐다.

BP는 카스키다 프로젝트가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 혁신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폴 다카하시 BP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카스키다는 BP와 해양 석유·가스 산업이 이룬 기술 혁신을 보여주는 세계적 수준의 프로젝트"라며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가격 안정이 중요한 시점에서 이번 승인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환경단체와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초심해 시추 특성상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수심이 깊어질수록 유정 폭발의 위험이 커지고 사고 발생 시 대응이 훨씬 어려워진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환경단체들은 프로젝트 승인을 두고 연방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 어스저스티스의 브렛니 하디 변호사는 "BP의 과거 사고 이력을 고려하면 이번 승인에는 심각한 법적·규제적 결함이 있다"며 "걸프 지역 공동체와 해양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강하게 반발했다.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과 재러드 허프먼 하원의원은 지난해 BOEM에 보낸 서한에서 카스키다 프로젝트가 최악의 경우 최대 400만 배럴의 원유 유출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딥워터 호라이즌 사고 당시 유출량보다 더 큰 규모다.

이들은 또 BP가 초고압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정 폭발을 통제할 장비를 충분히 확보했는지 입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두 의원은 카스키다 프로젝트가 "걸프 지역 공동체와 생태계, 그리고 기후에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승인에는 최근 중동 정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4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공급 확대를 통해 유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캘리포니아 해안의 원유 파이프라인 재가동을 허용하는 긴급 권한도 발동했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2015년 파열 사고로 대형 원유 유출이 발생한 이후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다.

또 루이지애나에 있는 벤처 글로벌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에 대해서는 수출량을 즉시 13% 확대하는 조치도 승인했다.

라이트 장관은 성명에서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을 교란하려는 상황에서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 전쟁을 국내 석유 개발 확대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파이프라인 재가동 결정에 대해 "전쟁 실패와 유가 급등의 책임을 캘리포니아에 떠넘기기 위한 정치적 시도"라고 주장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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