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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에너지장관 ‘호르무즈 유조선 호위’ 게시물 삭제에 유가·증시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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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6. 03. 11. 09:26

몇 분 사이 국제유가 장중 19% 급락…원유 ETF 8400만달러 증발
뉴욕 증시도 큰 변동성 보여…전쟁 발언·SNS 한마디에 시장 요동
자료=ICE선물거래소, 뉴옥상품거래소/그래픽=박종규 기자

미국 에너지부 장관의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이 올라왔다가 몇 분 만에 삭제되면서 국제 유가와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호위해 글로벌 시장으로 원유 공급이 계속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중동에서 이란과의 군사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 게시물이 올라오자, 국제 원유·디젤·휘발유 선물 가격이 하락하고 주가는 상승하는 등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그러나 해당 게시물은 몇 분 만에 삭제됐고, 이후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현재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업용 선박을 호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미 에너지부 대변인은 게시물 삭제와 관련해 "에너지부 직원이 영상 설명을 잘못 달아 장관의 공식 계정에서 삭제됐다"며 정부가 유조선 운항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해군이 유조선을 호위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삭제된 게시물은 단 몇 분 사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WSJ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장중 최대 19% 급락했다. 원유 선물과 연동된 상장지수펀드(ETF)도 약 10분 사이 시가총액 8400만 달러가 증발했다.

유가는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이날 배럴당 83.45달러로 12% 하락 마감해 최근 4년 사이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장중 저점은 76.73달러로, 지난 일요일 밤 기록한 고점 119.48달러와 비교하면 약 36% 급락한 수준이라고 WSJ은 전했다.

최근 국제 유가는 이란과의 전쟁 상황 속에서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전날 미국 원유 가격은 전쟁 확산 우려로 밤사이 31% 급등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송 인터뷰에서 전쟁 상황이 "거의 끝났다"고 언급하면서 상승폭 대부분을 반납했다.

월가에서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 급등이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즈호증권의 원자재 전문가 로버트 야거는 "이런 실수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지금 시장에서는 현실과 추측의 경계가 어디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투자회사 앤젤레스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클 로즌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정치적 측면뿐 아니라 이에 대한 시장 반응에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전쟁 관련 발언 하나하나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미국 증시도 큰 변동성을 보였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장중 1%까지 상승했지만 결국 0.07% 하락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21% 하락, 나스닥 지수는 0.01% 상승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디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에너지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석유 시장에 파국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이번 사태는 이 지역 석유·가스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라고 경고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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