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휘발유가 2600원이라니…” 고객도 주유소 사장도 아우성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310010002513

글자크기

닫기

이서연 기자

승인 : 2026. 03. 09. 18:02

[르포] 발길 뜸한 서울 고가 주유소
강남 주유소 앞에서 운전자 발길 돌려
산업 수요 영향 경유 상승폭 더 가팔라
정부 가격 관리 나섰지만 체감 떨어져
"유류세 인하·보조금 등 대책 내놔야"
9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기준 전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난 서울 강남구청역의 한 주유소. 가격 표시판에는 휘발유 2598원, 경유 2240원, 고급유 2798원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주유소 진입로로 들어서던 승용차 한 대가 뒤늦게 가격판을 확인하고는 방향을 틀어 그대로 빠져나갔다. 서울 시내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에 육박한 가운데 임대료가 높은 강남권 일부 주유소는 이미 25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날 전국 평균 휘발윳값인 1900.65원을 훌쩍 넘은 수치다.

택시기사 A씨는 "평소 점심 시간 같으면 반포대교에서 여의도 가는 길이 엄청 밀리는데 기름값이 올라 그런지 도로에 차가 없어 12㎞를 20분 내외에 갈 수 있다"며 "이 정도면 새벽시간에 차가 조금 막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HD현대오일뱅크 제이제이주유소. 9일 기준 전국 휘발유 가격 1위를 기록했다./이서연 기자
같은 날 오전 방문한 서울 SK엔크린 서남주유소는 휘발유 2596원, 경유 2658원을 기록했고 고급유는 2996원으로 30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주유를 마친 직장인 문모씨는 "기름값이 오를 때는 빠르게 오르는데 내릴 때는 또 그렇지 않다"며 "오늘은 차가 필요해 가지고 나왔지만 당분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주유소 사장도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유사에서 공급받는 가격 자체가 워낙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마진을 줄여도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인천 영진주유소에서 만난 화물차 기사 이모씨는 "이틀에 한 번 경유 250ℓ 정도 주유를 하는데 가격이 이렇게 올라버리면 손해가 크다"며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더 해주든지 보조금을 지원하든지 실질적인 대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일 저녁 인천 영진주유소. 인천 내 경유가격 2위를 기록했다. 인근에는 인천항이 있다./이서연 기자
실제 전국 대부분의 주유소에서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추월하고 있다. 산업용 수요가 많은 경유의 인상 폭이 휘발유보다 1.6배가량 가팔랐다. 휘발유는 개인 승용차 연료 위주로 쓰이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즉각 수요가 줄어들지만 화물차나 건설기계, 선박, 농기계, 발전설비 등에 쓰이는 경유는 필수재 성격이 강해 가격 탄력성이 낮다.

이란 전쟁 이후 국내 연료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하면서 정부는 범부처 석유시장점검반을 가동하고 담합이나 가짜 석유 유통 등 시장 교란 행위 특별기획검사에 착수했다. 재정경제부는 당초 2월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오는 4월 30일까지 2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지만 시민들은 인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7일 안양동 알뜰주유소./이서연 기자
지난 7일 방문한 경기 안양의 한 알뜰주유소는 휘발유 1797원, 경유 1858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했지만 주유소 내부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석유공사가 최근 전국 알뜰주유소에 판매 가격 과다 인상 자제 요청과 함께 과도한 가격 인상 시 계약 미갱신 및 사업권 박탈이라는 경고성 문자를 보냈기 때문이다. 알뜰주유소 관계자는 "근처 주유소 가격이 오르는데 판매가만 억누르면 아무래도 힘들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정유사들에 직영주유소 판매가격 안정을, 알뜰주유에는 전국 평균 가격보다 저렴하게 석유제품이 공급될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을 각각 당부했다. 이에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 등 석유 3단체는 공식 입장을 통해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인상 요인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한꺼번에 반영되지 않고 분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석유 대리점과 주유소 사업자들에 계도와 협조를 요청해 가격 인상분을 적정하게 반영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계속해서 치솟을 경우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억제책이 자칫 물량 공급 차질이나 사재기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정부의 의도와 달리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서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