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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세에 장벽 높인 EU… 현대차그룹, 현지생산 확대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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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수 기자

승인 : 2026. 03. 03. 17:58

전기차 업체 겨냥 IAA 발표 예정
보조금에 '유럽산 70%' 조건 검토
현대차그룹, 공급망 재편 불가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자 유럽연합(EU)이 산업 보호 장벽을 높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연상시키는 '유럽판 IRA'가 가시화되면서다. 유럽을 핵심 수출 시장으로 삼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도 생산 전략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4일(현지시간) '산업가속화법(IAA·Industrial Accelerator Act)'을 발표할 예정이다. 초안에는 외국 기업이 특정 제품을 유럽에 팔 때는 역내 생산을 우선하는 원칙을 명문화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거나 공공 조달에 참여하려면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의 70% 이상을 EU 역내에서 생산·조달해야 한다는 조건이 핵심이다.

단순한 통상 규제를 넘어 공급망을 역내에 묶어두겠다는 산업 전략에 가깝다. EU는 이미 지난 1월 중국산 전기차에 수입 최저가격을 설정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 확대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한국 완성차 업계다. 유럽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주요 수출 시장 중 하나다. 현대차·기아는 작년 한 해 유럽 시장에서 18만3912대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15만2190대(82.8%)는 한국에서 수출된 물량이다. 아이오닉 5·6·9과 EV3·5·9 등 주요 전기차 상당수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한다.

IAA가 초안대로 확정될 경우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현지 생산 비중 확대나 부품 공급망의 유럽 중심 재편이 불가피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산 저가 제품을 겨냥한 조치인 만큼 한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더불어 현대차그룹이 유럽 내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잠재운다.

기아는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연간 32만대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EV4와 EV2 등 전기차를 양산하고 있는데다 생산 능력을 35만대로 확대해 2027년부터 EV4를 연 8만대, 전기차 전체는 연 1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유럽 내 전기차 현지 생산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체코 노쇼비체 공장에서 연간 28만대 생산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투싼과 코나 일렉트릭, i30 등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동변속기 공장을 배터리 시스템 조립 공장으로 전환해 오는 6월부터 연 45만개 규모의 배터리 시스템을 생산할 예정이다. 전동화 대응을 위한 부품 현지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유럽 내 점유율은 2019년 0.5%에서 2025년 11월 12.8%로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배터리와 핵심 부품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를 낮춘 것이 경쟁력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유럽 완성차 및 부품 업계가 일자리 감소 압박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EU가 산업 보호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현지 생산 조건을 강화할 경우 전기차 생산의 '탈(脫)한국' 흐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축소 이후 미국 생산 물량을 늘려온 바 있다. 유럽에서도 유사한 압박이 현실화되면 국내 공장 가동률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다수 전문가는 "유럽판 IRA는 단순히 중국을 겨냥한 통상 조치가 아니라 공급망과 생산 거점을 유럽 안으로 재편하려는 산업 전략"이라며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단기적으로는 보조금 기준 대응이 과제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유럽 현지 전동화 생산 비중을 얼마나 빠르게 확대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체코·슬로바키아 공장을 기반으로 배터리 시스템과 핵심 부품 현지화를 병행한다면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지만, 기준이 더 강화될 경우 추가 투자 여부까지 검토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남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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