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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與, 최소한 법원장회의 의견은 참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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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25. 00:01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
대법원이 25일 전국법원장회의를 열어 법왜곡죄 신설·대법관 증원·재판소원 도입 등 이른바 '사법개혁 3법'에 대한 법원 내 의견을 수렴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위헌성이 뚜렷하다는 비판에도 막무가내로 이 법안들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자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전국법원장회의는 법원행정처장을 의장으로 각급 법원장이 모여 사법행정 현안을 논의하는 고위 법관회의체다.

여당의 법안 처리 움직임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로 맞서 24일 국회 일정은 공전했다. 재판소원은 대법원을 거친 재판 결과를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한 번 더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 10년 이하 징역 등에 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관 수를 현재 14명에서 26명으로 12명 증원하는 내용이다.

헌법학계와 법조계는 이들 3법이 사법 개혁이 아니라 사법 개악이 될 수 있다고 줄기차게 지적해 왔다.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법리를 왜곡해 적용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데, 정치권력에 의한 판검사 길들이기가 가능해질 것이다. 재판소원도 사실상 4심제로, 위헌 소지가 큰 데다 '소송 지옥'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돼 사법부의 독립성·중립성이 위협받을 것이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은 여당이 얼마나 무리수를 두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방증이다. 참여연대는 23일 성명에서 "법왜곡죄 법안의 명확성과 구체성이 확보돼야 한다. 더 숙의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재판소원과 대법관 증원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추진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민주당 의원들까지도 법왜곡죄 처벌 대상과 시점 등을 구체화한 법안을 추가로 발의하고 있다. 여당 의원들도 법안의 위헌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최근 잇달아 이들 법안에 대한 공론화를 촉구해 왔다. "이 법안들은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헌법 개정 사항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내용"이라고 했다. 사법부 수장으로서 '방어론'을 펴는 게 아니냐고 반발할 일이 아니다. 다른 헌법학자들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사법의 구조를 전면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법안을 사법의 주체인 법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강행하는 건 독재적 발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여당은 최소한 전국법원장회의 논의 결과를 지켜보고 법원과 숙의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입법권을 무기로 이들 법안을 밀어붙이면 정치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입법 독재'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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