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금융+외교'가 결합된 패키지 전쟁
캐나다 CPSP포함 미래 잠수함 수요 대비한 ‘금융 패키지 팀 코리아’ 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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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 11일에 2030년까지 가동하는 '수출 활력 온(溫) 패키지'의 골격을 발표했다.
방산과 원전에 향후 5년간 100조원을 우선 투입하고, AI 전환(AX)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AI 수출·전환 기업에 22조원을 별도로 배정한다.
남은 자원은 통상위기 대응, 공급망 재편, 신흥시장 개척에 배치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숫자 자체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선언이다. 국가 금융이 더 이상 '사후 지원'이 아니라, 전략산업 수출 전선의 최전방으로 올라왔다는 점이다.
방산·원전 100조는 명확한 메시지다.
K-방산 전문가인 이준곤 교수(건국대 방위사업학과)는 지금까지 한국의 방산·원전 수주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대형 프로젝트에서 금융 패키지 면에서 선진국에 밀리는 구도가 반복됐다고 지난 12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강조했다.
이교수는 초대형 프로젝트는 항상 기술과 금융이 함께 움직이며, 선진국 메이저 방산·원전 업체들은 자국 수출입은행, 수출금융기관, 민간금융까지 묶어 '올인 패키지'를 들고 들어간다고 언급한다. 한국이 뒤늦게나마 같은 게임의 룰로 들어가겠다는 선언이 바로 이번 100조 금융 포지셔닝이다.
여기에 AI 22조, AX 특별 프로그램은 방산·원전·제조·에너지 전반의 '체계 전환'을 노린다. 이는 단순히 AI 스타트업 몇 곳에 투자하는 수준이 아니다. 기존 방산 플랫폼에 AI 기반 지휘통제 체계, 자율운용 알고리즘, 실시간 데이터 융합·표적획득 체계를 통합해 '새로운 세대의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에 가깝다. 미래 전장은 유무인 복합체계(MUM-T), 자율무기, AI 기반 C2(Command & Control),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가 겹겹이 얽힌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이 구조에서 수출 경쟁력은 곧 AI 통합 능력이다. 총·포·잠수함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위에 올라가는 알고리즘과 네트워크를 누가 설계하고, 누가 금융으로 묶어줄 수 있느냐가 승부다.
이 지점에서 '금융 패키지 팀 코리아'의 의미가 드러난다.
과거 한국의 수출 모델은 개별 기업 중심이었다. 조선은 조선, 방산은 방산, 전자는 전자. 각 분야별 챔피언이 글로벌 시장에서 단독으로 뛰는 구조였다.
그러나 캐나다 CPSP를 포함한 차세대 잠수함 시장, 대형 원전·플랜트, 통합 방공·해양감시 체계 사업은 모두 단일 기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와 복잡성을 갖고 있다.
선체·추진·전투체계·센서·통신·위성·MRO, 거기에 금융·보험·PF까지 한 번에 묶어야 '제대로 된 제안서'가 된다.
'팀 코리아'는 바로 이 전장을 겨냥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같은 핵심 방산기업에 더해, 추진체계·전투체계·센서·통신·위성 연계·부품 생태계를 담당하는 중견·중소 기업들이 하나의 패키지로 묶인다.
여기에 수출입은행, 보험·보증기관, 민간 금융이 동시에 들어가 하나의 금융·산업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구상이다.
과거에는 방산업체가 "우리가 무기를 만든다"고 앞에 나섰다면, 이제는 국가 금융이 "우리가 이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함께 진다"고 전면에 나서는 구조다.
금융이 최전방 화력지원부대로 나왔다는 얘기다.
캐나다 CPSP는 이 전략의 상징적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캐나다 해군은 노후 잠수함 전력 교체라는 중장기 과제를 안고 있다. 북극 항로, 대서양·태평양 양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캐나다의 해양 전략을 감안하면, CPSP는 단순한 플랫폼 교체가 아니라 향후 수십 년 캐나다 해군 작전개념을 좌우할 핵심 사업이다.
전통적으로 이런 사업엔 기존 잠수함 강국들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장보고-III, 도산안창호급으로 축적한 설계·건조 경험과 각종 통합전투체계 운용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AI·자율운용·저피탐 설계,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 단위 금융 패키지'를 결합한다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게임에 뛰어들 여지가 생긴다.
중요한 것은 '전략의 시점'이다. CPSP를 포함한 주요 잠수함·수상함·해양 감시체계 사업은 대부분 2030년대 중반까지 순차적으로 시장에 나온다.
지금 금융 패키지를 설계하고, 팀 코리아의 역할분담을 정리하고, AI·AX 프로그램을 통해 핵심 알고리즘과 통합체계를 다듬어 놓지 않으면, 실제 사업 공고가 뜨는 시점에는 이미 승부가 끝난 뒤일 수 있다. 방산 수출은 "입찰 공고 이후"가 아니라 "요구성능(RfP)을 쓰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건 업계의 상식이다.
요구성능을 누가 설계하게 하느냐, 누구의 개념을 '표준'으로 박아 넣느냐가 진짜 전쟁이다. 금융 패키지 팀 코리아는 그 전쟁을 지금 시작하겠다는 신호다.
이준곤 교수는 이번 150조 프로젝트를 '세 축'으로 압축해보면 그림은 더 명확해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첫째, 방산·원전에 100조를 밀어 넣어 전략산업의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극대화한다.
둘째, AI 22조를 투입해 플랫폼 전체를 '스마트화'하고, AX를 통해 생산·운영·전투체계를 동시에 전환한다.
셋째, 150조 금융 방파제를 통해 보호무역, 고금리·고환율, 공급망 리스크라는 3중 파고를 정면 돌파한다.
이는 사실상 "우리가 선택한 몇 개의 전장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국가 차원의 선언이다.
물론 위험도 있다. 특정 산업·프로젝트에 대한 집중 투입은 자칫하면 '정책 쏠림'과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
특히 방산·원전은 정치·외교 리스크가 큰 분야다. 정권 변화, 국제제재, 지역 분쟁 상황에 따라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무산될 수 있다.
금융이 앞장서 들어갔다가, 정치가 발목을 잡거나 외교가 흔들리면 그대로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
팀 코리아의 성공 조건은 단순히 "돈을 많이 푸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어떻게 설계하고 분산시키는지, 그리고 실패했을 때도 산업 생태계가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지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하지 않는 것도 리스크다.
세계는 이미 '무기+금융+외교'가 결합된 패키지 전쟁에 들어가 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은 각각 자국 금융·방산·외교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잠수함·전투기·원전·탄도미사일 방어체계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이 여전히 개별 기업 단위의 경쟁에 머문다면,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게임의 룰'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금융 패키지 팀 코리아는 뒤늦은 진입이지만, 지금이라도 같은 규칙으로 싸우겠다는 시도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우리는 방산·원전·AI, 그리고 잠수함 같은 전략 자산을 단순한 수출 품목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국가 전략 패키지의 일부로 볼 것인가.
" 150조 수출대전, 방산·원전 100조, AI 22조, 그리고 캐나다 CPSP를 향한 금융 패키지 팀 코리아는 그 답을 이미 말해주고 있다.
수출 전선의 맨 앞줄에는 이제 기술자와 영업맨만 서 있지 않다.
그 옆에, 그리고 때로는 그 앞에, 국가 금융이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