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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돈 빨아들이고 시총 추월… ‘금융 지형도’ 흔드는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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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승인 : 2026. 02. 12. 18:07

5대 은행 예금 잔액 한 달 새 23조원 줄어
이탈 자금 5000피 잔치 증시로 '머니 무브'
시총 29조 미래에셋, 우리금융 27조 넘어
작년 당기순익도 빅5 50% 뛸때 은행 4% ↑
국내 증권사들이 실적과 기업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수십 년간 이어온 은행 중심의 금융 구도에 균열을 내고 있다. 자본시장 회복과 제도적 기반 강화가 맞물리면서 금융권의 무게추가 서서히 이동하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135억원을 기록하며 NH농협은행(1조8140억원)을 앞질렀고,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시가총액 30조원 수준으로 올라서며 우리은행을 자회사로 둔 우리금융지주(약 28조원)를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거래대금 확대와 종합투자계좌(IMA) 도입 등 제도적 기반 강화가 맞물리면서 증권사의 성장세는 올해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KB·삼성증권)의 당기순이익은 총 6조3209억원으로 전년(4조2157억원) 대비 49.9%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79.95%), 미래에셋증권(72.19%), NH투자증권(50.23%)이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고, KB증권(15.06%), 삼성증권(12.17%)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NH농협·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5조7973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절대 이익 규모는 여전히 은행이 우위지만, 성장 속도 측면에서는 증권사가 10배 이상 빠른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격차는 사업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은행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예대마진 둔화의 영향을 받는 동안, 증권사는 거래대금 확대와 투자은행(IB) 부문 회복, 자산관리(WM) 수익 증가에 힘입어 수익 기반을 넓혔다. 자본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시장 회복 국면에서 강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자금 흐름도 증권사 쪽으로 기울고 있다. 코스피가 5000선을 돌파하고 코스닥이 1000선에 안착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초 57조원에서 이달 초 111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5대 은행 요구불예금은 지난해 말 674조원에서 이날 651조원으로 23조원 감소했다. 일부 자금이 증권사 예탁금과 CMA(자산관리계좌), 발행어음 등으로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2조135억원을 기록하며 증권업계 최초로 '순이익 2조원' 시대를 열었다. NH농협은행(1조8140억원)을 웃도는 규모로, 독립 증권사가 시중은행의 순익을 앞지른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자본시장 호황과 운용 역량 강화가 맞물리며 증권사의 체급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기업가치 재평가도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증권의 시가총액이 30조원대로 올라선 배경에는 해외 투자 확대와 스페이스X 투자 참여, 토큰증권(STO) 등 신사업 확장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가 단순 위탁매매를 넘어 글로벌 투자와 디지털 자산을 포괄하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 시장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올해는 제도적 모멘텀도 가세할 전망이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초대형 IB가 추진하는 종합투자계좌(IMA) 도입과 발행어음 사업 확대는 증권사의 자금 조달 기능을 강화하는 장치로 꼽힌다. 이와 함께 토큰증권(STO) 제도화, 거래시간 연장, 코스닥 활성화 정책 등도 거래대금 확대와 신규 수익원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위탁매매 중심이던 증권사의 역할이 자산 운용과 플랫폼 중심 구조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며 "시장 환경과 정책 흐름이 이어질 경우 증권사의 성장세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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