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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방에 가중되는 가난 대물림, 교육 개혁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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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13. 00:00

/연합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게 됐다'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게 하루이틀 전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11일 내놓은 '지역 간 인구이동과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를 보면 특히 지방에서 '개천에서 용 나기'가 정말 어렵게 됐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수도권에서 살고 소득이 하위 50%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고향에 남은 자녀(36~40세) 10명 중 8명은 여전히 소득 하위 50%에 머문다. 지방에서 태어나 계속 머문 부모 소득 하위 50% 자녀가 다시 하위 50%에 머무는 비율이 과거엔 58.9%에 머물렀는데 최근 80.9%로 급등한 것이다. 부모 경제력이 뒷받침된 자녀는 수도권 이주를 통해 계층 상승 기회를 얻지만, 고향에 남은 자녀는 '가난의 대물림'을 겪는다는 통념이 실증 분석으로 입증됐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최근 세대로 올수록 더욱 뚜렷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좁아졌는데, 지역 격차가 이런 흐름을 더욱 굳히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비수도권)의 1인당 소득 격차는 2005년 320만원에서 2023년 550만원으로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의 실질가격은 2005년 대비 2025년 19.6% 상승했지만, 비수도권은 3.0% 하락했다. 한국에서는 태어난 지역이 곧 계층의 출발선이 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제조업 중심 양질의 일자리가 지방에도 많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지식산업 위주로 수도권에 집중된 것도 한 요인일 것이다. 이런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그러다 보니 다시 수도권 집중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되돌리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전문가들이 제안해 온 교육시스템 개혁부터 서둘러야 한다. 취약 지역이나 취약 계층을 충분히 배려하는 교육제도의 설계가 최우선으로 강구돼야 한다. 한은이 구체적 방안으로 제안한 것은 '지역별 비례선발제'다. 비수도권 저소득층 자녀들의 수도권 상위대학 입학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입학생 선발 시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토록 한 것이다. 비수도권에서도 특히 저소득층 자녀들이 고소득층에 비해 상위권 대학교 입학이 더 어려움을 고려해 지역별 비례 선발에서도 저소득층 자녀들을 배려하는 쪽으로 설계하도록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비수도권의 교육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비수도권 학생들이 꼭 서울에 가지 않더라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비수도권의 각급 학교와 거점대학의 경쟁력을 서울 못지않은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실효성 있는 국토 균형발전 전략이 실행돼야 한다. 그중에서도 비수도권에서 그나마 집적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거점도시' 중심 발전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다. 지방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가난이 대물림되는 이런 비정상을 용납할 수 없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균형발전 전략 실행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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