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식 송편 떡국 나눠먹으며 위로
"피는 안 섞여도 우리는 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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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강동구 탈북난민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A씨는 접시 앞에 앉아 한동안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 중국을 거쳐 탈북한 그는 중국에 딸을 두고 있다. 올해 딸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발걸음은 여전히 국경 앞에서 멈춘다. 붙잡히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A씨는 "오늘 고향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리움이 더 커진다"며 "딸 결혼식에 엄마가 가지 못하는 게 참 속상하다"고 말했다.
"북에 있는 부모·형제. 항상 보고싶죠. 명절이면 더 그래요 내 마음이…"
B씨(51)는 한참 동안 말을 고르다가 결국 고개를 떨궜다. 북에 남겨진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손끝이 먼저 굳었다. B씨는 2008년 남한 땅을 밟았다. 가족들 가운데 홀로 탈북을 결정했다. 그는 9남매 중 둘이 아사했다는 소식을 10여 년 전 들었다. 그 뒤로 가족의 소식은 끊겼다. 남한에서 겨우 꾸린 가정도 오래가지 못했다. 북에서 같은 동네에 살던 사람이 탈북해 우연히 만나 결혼했지만, 얼마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B씨는 "정말 힘들었는데, 설 명절이라고 이렇게 고향 사람들과 모여 대화를 나누니 버틸 힘이 좀 생기는 것 같다"며 옅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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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D씨(82)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벤새(이북식 만두)'를 꼽았다. 그는 "많이 만들어 같이 먹으니 그걸로 됐다"고 말했다. 남한에서 사기를 당해 방문판매 등으로 3년 동안 번 돈을 잃었던 기억도 이날만큼은 접시 위 음식에 가려졌다. 그는 말없이 반찬을 한 번 더 밀어줬다.
김용화 탈북난민협회 회장은 "더불어 살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명절에 다 같이 모여 있으니 더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서로 의지하면서 잘 버텨봅시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