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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피지컬 AI로의 진화, 서울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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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11. 13:47

성균관대학교 컴퓨터교육과 민무홍교수
민무홍 성균관대학교 컴퓨터교육과 교수
지난달 CES 2026 무대에서 주목받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해 그 결과를 실제 움직임으로 옮겼다. 피지컬 AI의 의미와 미래가 대중에게 각인된 순간이었다. 동시에 AI가 더 이상 화면 속에서만 대화하는 존재가 아니라, 물리 세계에서 '행동'으로 답하는 단계로 확장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우리는 몇 년 전 ChatGPT를 계기로 "AI와 대화한다"는 경험을 일상에 들였다. 이제 그 흐름이 '피지컬 AI'라는 이름으로 로봇, 자율주행, 물류, 제조 자동화 등 현실 공간을 다루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화형 AI가 센서와 로봇공학, 제어 체계와 결합되어 현실에 스며드는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울시는 AI SEOUL 2026을 통해 야심찬 청사진을 제시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는 피지컬 AI 테스트베드 실증센터를 신설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피지컬 AI 선도도시로 도약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서 '선도'는 단순히 기술의 속도를 겨루는 경쟁이 아니라, 기술이 시민의 삶에 안전하게 안착하도록 설계하고 그 운영 방식과 표준을 만들어 가는 도시가 되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이번 AI SEOUL 2026은 '전환의 시대, 도입을 넘어선'이라는 주제 아래 기조 강연과 주제별 세션 발표, 특별 대담, 그리고 내가 진행한 랩업 세션으로 이어졌다. 기조 강연에서는 피터 노빅, 대프니 콜러, 요슈아 벤지오가 각자의 관점에서 AI 전환의 방향을 제시했다. 기조 강연 후 토론에서 서울대 조규진 교수는 피지컬 AI의 미래가 상상력과 협력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피지컬 AI 시대에 도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피터 노빅 박사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사례를 들며,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하고 협업하는 환경이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주제별 세션 발표는 산업·규제·도시의 세 축으로 구성되어 '현장 적용, 신뢰, 공공 운영' 이라는 질문을 다뤘다. 산업 현장에서의 적용 조건과 생태계 조성, 기술 확산에 따른 신뢰와 안전, 그리고 도시가 사용자이자 운영자로서 맡아야 할 역할이 핵심 쟁점으로 정리됐다.

이어 '알파고 이후 10년, 인간의 역할'을 주제로 이세돌 UNIST 특임교수와 조승연 작가의 특별 대담도 진행되었다. 기술이 커질수록 인간의 역할과 책임이 더 선명해져야 한다는 성찰로 이어졌다.

리허설부터 랩업 세션까지 현장을 지키며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에 남았다. "피지컬 AI 선도도시를 선언한 서울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서울이 피지컬 AI 선도도시를 지향한다는 것은 단지 테스트베드 실증센터를 신설하는 것을 넘어 도시 자체를 '상시 실증과 개선'이 가능한 구조로 바꾸는 일이다. 피지컬 AI는 일상에서 어떻게 결합되어 작동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인프라가 유연하게 개방된 환경에서의 실증과 지속적 개선 과정은 곧 데이터로 축적되고 이는 도시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피지컬 AI의 진화를 이끌고 있는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상상하던 수준을 넘어 발전하며 다양한 산업과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만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현행 법규와 제도를 이에 맞춰 재정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불필요한 규제는 정비하되 혁신을 촉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확산 자체'가 아니라 '정착의 방식'이다.

피지컬 AI는 사람이 사는 공간의 여러 지점으로 확산되겠지만, 그것이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스며드는 '정착'을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물리 세계에서 작동하는 만큼 안전과 책임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 사람이 사는 공간과 업무 공간 곳곳으로 스며드는 과정에서 안전 기준의 표준화, 책임과 절차의 명확화, 운영과 유지보수까지 포함한 도시 단위의 관리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시민들은 "아직은 불확실한 기술을 쓰고 있다"는 긴장감 대신 "문제가 없고, 편하고, 믿을 수 있는 기술을 쓰고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진정한 선도도시가 되기 위한 다음 단계는 '기술의 무의식화'다. 예를 들어 집에서 조명을 켤 때 우리는 전기의 원리나 발전소를 떠올리지 않는다. 시민들이 매일의 이동, 안전, 돌봄, 편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내가 지금 AI를 쓰고 있다'는 긴장감 대신 '문제가 없고, 편하고, 믿을 수 있다'는 신뢰와 평온함을 갖게 되는 상태 말이다. 피지컬 AI도 결국 그런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따라서 서울이 피지컬 AI 선도도시가 된다는 것은, 시민이 일상에서 기술의 불편함과 복잡함을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AI를 잘 녹여 낸 도시가 되는 것이다. 아틀라스가 보여 준 가능성이 전기나 수도처럼 생활을 지탱하는 기반으로 들어올 때, 서울의 미래는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며 더 신뢰할 수 있는 일상으로 그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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