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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의 법과 경제] 부동산 정책과 부동산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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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10. 17:33

지인엽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다주택자를 '투기'의 상징으로 호명하며 연일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SNS를 통해 다주택자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에 가까운 경고를 보낸 것도 같은 흐름이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오는 5월 9일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는 장면도 이어졌다.

이 같은 드라이브는 시장 참여자의 '기대'를 움직이려는 시도로 읽힌다. 강경한 메시지는 단기적으로 투기적 거래를 위축시키거나 매도를 앞당기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말만으로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시장의 기대는 발언의 강도보다 정책 효과가 실제로 관찰되는 과정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시장은 제도의 집행이 거래량, 매물 출회, 가격, 임대료, 대출 흐름 같은 결과로 이어지는지 확인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정부가 끝까지 갈 의지가 있는지, 어느 지점에서 조정이 나타날지를 확률적으로 판단한다. 결국 기대는 수사(修辭)가 아니라 정책 신뢰도(credibility)에 의해 움직인다.

정책 신뢰는 '심판의 언어'가 아니라 시장에 대한 이해가 담긴 언어로 전달된다. 강경한 말이 정책을 대신하는 순간, 정부는 시장과 싸우게 되고 시장은 거래로 저항한다. 그 결과는 거래절벽, 왜곡된 가격 신호, 정책 피로감으로 되돌아오기 쉽다.

한편 대통령이 '자본시장 정상화'의 근본 대책으로 금융의 생산적 영역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점도 눈에 띈다. "금융의 본질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미래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며, "부동산에 묶인 자금을 풀어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생산적 금융'이 시급하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 기조의 연장선에서 2030년까지 약 508조원을 투입해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방향성 자체는 일리가 있다. 우리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을 포함한 비금융자산 비중이 선진국 대비 과도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정책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먼저 왜 돈이 부동산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분명한 것은 국민이 주식을 몰라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부동산은 수익과 안정성의 결합에서 오랫동안 '기본값'처럼 작동해 왔다. 현실에서 흔히 나타나는 경로도 그렇다. 사람들은 주식으로 수익을 내 집을 사려 하지만, 집을 처분해 주식으로 이동하는 일은 훨씬 드물다.

투자는 결국 혁신과 역동성을 좇는다. 코스피가 5000선을 넘는 국면에서도, 반도체 등 일부 주도주를 제외하면 손실을 안고 있는 계좌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우리 기업 생태계의 미래가 넓고 두텁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신호일 수 있다. 기업들은 상법 개정, 주52시간제 등 자율성을 제약하는 규제에 대한 부담을 호소해 왔다.

상위 기업의 순위가 수시로 바뀌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20대 기업 구성은 2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생산적 금융이 실제로 힘을 발휘하려면, 자금이 향할 산업과 기업에 혁신과 생동력이 얼마나 허용돼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추진되는 정책은 결국 정치적 수사로 끝날 위험이 크다.

지금 정부에 필요한 질문은 '누가 나쁜가'가 아니다. '왜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느냐'도 아니다.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무엇이 돈을 부동산으로 몰아넣었는가가 핵심이다.

부동산을 안정시키려면 즉각적 카타르시스 정치에서 벗어나 시장 기능을 전제로 한 신뢰를 축적해야 한다. 동시에 부동산을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예측 가능한 규칙과 일관된 집행을 준비해야 한다.

더욱이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공언했던 문재인 정부의 실패라는 부채를 안고 출발하고 있다. 정책 신뢰도는 제로가 아니라, 사실상 마이너스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여기서 또 한 번 시장의 자율 조정기능을 외면하고 가치 판단에 매몰된다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역시 정치적 말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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