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취재후일담] “논의 없다는데”…벚꽃 추경론 커지는 이유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209010003199

글자크기

닫기

세종 이지훈 기자

승인 : 2026. 02. 09. 18:05

이지훈 기자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는 전혀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이른바 '벚꽃 추경론'은 오히려 힘을 얻는 분위기입니다. 재정 당국의 부인과 달리 정치권과 시장에서 추경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세수 여건, 정책 환경, 정치 일정이 맞물린 구조적 배경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9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 2일 충남 천안 중앙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서는 정부 내부에서 추경 논의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재경부 역시 최근까지도 추경 가능성에 대해 일관되게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이 엄격한 만큼 특별한 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성급한 논의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경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가장 큰 배경은 세수 여건에 대한 기대감입니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증시 반등으로 법인세와 증권거래세를 중심으로 세수가 예상보다 양호할 수 있다는 관측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부진했던 반도체 기업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연간 세수 전망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초과세수가 발생할 경우 국채 발행 없이도 추경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가 추경론을 자극하는 셈입니다.

시장 반응도 추경 기대를 키우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10조원 이상의 추경 시나리오가 거론됩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이르면 3월 10조원 규모의 재정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하나증권도 보고서를 통해 5~6월 14조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치적 환경 역시 추경론 확산을 부추기는 배경입니다.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민생·경기 대응을 강조하며 재정의 역할을 언급한 점은 시장과 정치권에서 추경 가능성을 열어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다만 제도적 제약도 분명합니다. 국가재정법은 전쟁·대규모 재해,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 변화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변화 등으로 추경 편성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성장률이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이는 현 상황을 '추경 요건에 해당하는 위기 국면'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의 여지가 큽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식적으로 "논의 없다"는 표현을 반복하며 정책 신호 관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의 벚꽃 추경론은 정부의 공식 입장 변화라기보다, 세수 개선 기대와 시장 해석, 정치 일정이 맞물리며 형성된 기대 심리에 가까워 보입니다. 향후 추경 논의의 실제 여부는 상반기 세수 실적, 경기 흐름, 그리고 국회와의 정책 공감대 형성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입니다. 정부의 '부인'과 시장의 '기대' 사이 간극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좁혀질지 주목됩니다.
이지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