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달러 흐름·지정학 불안·연준 독립성 우려, 귀금속 수요 자극
세계 중앙은행 금 매입·은 공급 부족에 백금·팔라듐까지 상승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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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귀금속 랠리는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를 넘어, 달러와 국채에 대한 신뢰 약화 속에서 실물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가 본격화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은, 사상 첫 100달러… 금은 5000달러 '목전'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은 선물 가격은 장중 전장 대비 4.9% 급등한 온스당 101.1달러를 기록했다. 은 현물 가격도 100.94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은 가격은 2025년 한 해 동안 150% 이상 급등한 데 이어, 2026년 들어서도 이날까지 40% 넘게 상승했다. 최근 1년 기준 상승률은 200%를 웃돈다.
금 가격도 강세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장 대비 1.4% 오른 온스당 4979.70달러에 거래됐고, 현물 가격은 장중 4988달러를 터치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금 가격 상승이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가장 강력한 주간 상승 흐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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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외신들은 이번 귀금속 급등의 핵심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지정학적·정책적 불확실성을 공통적으로 지목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 시도와 관련해 유럽 8개국을 상대로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가 이를 철회한 사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들은 시장의 불안감을 극대화했다. 비록 관세 위협은 일시적으로 완화됐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며 달러 대신 귀금속으로 피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도 달러 신뢰를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을 앞두고 제롬 파월 의장을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가며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채와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를 흔들며 금과 은에 대한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전후 규칙 기반 질서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서 금이 구조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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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측면에서도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인이 뚜렷하다. 로이터는 은 시장이 태양광·전기차 등 산업용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정제 시설 병목과 영국 런던 시장의 낮은 실물 유동성도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귀금속 시장조사업체 메탈스 포커스의 필립 뉴먼 이사는 "관세 불확실성과 실물 유동성 부족이 은 가격의 추가 지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금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의 매입이 구조적 수요로 자리 잡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폴란드 중앙은행은 최근 금 150t 추가 매입을 승인했으며, 인도는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이는 대신 금 등 대체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차원의 탈(脫)달러 흐름이 점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 백금·팔라듐까지 확산되는 귀금속 랠리
금과 은의 급등은 백금·팔라듐 등 다른 귀금속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백금 가격은 온스당 277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팔라듐도 하루 만에 4% 이상 상승했다. HSBC는 백금을 금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안으로 평가하며, 올해 구조적 공급 부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귀금속 랠리가 단기적 투기 현상이 아니라, 통화·안보 질서 변화에 대한 시장의 구조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완벽한 폭풍'이 아니라 달라진 시대를 반영하는 신호로, 귀금속 시장의 강한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