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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외치지만…DL 주가 짓누르는 ‘옥상옥’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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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6. 01. 13. 18:41

밸류업 정책 비껴간 DL…지주사 주가 ‘나 홀로 부진’
이 회장 중심 비상장사 대림, ‘최상단’…”주가 할인 요인“ 지적
DL “책임경영·이사회 기능 강화로 가치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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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대기업 지주사들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주주환원책을 강화하며 주가 반등에 성공했지만 DL그룹 지주사 ㈜DL은 사실상 '나 홀로 부진'에 머물렀다. DL그룹을 관통하는 오너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가 기업가치 저평가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해욱 DL그룹 회장을 정점으로 한 '옥상옥' 지배구조가 밸류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즉 이 회장이 지배하는 비상장사 '대림'이 지주사 ㈜DL 위에 위치한 기형적인 구조가 상장사 DL과 DL이앤씨의 상시적인 주가 할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재계 순위 상위 20대 그룹 가운데 상장 지주사(농협·중흥건설 제외) 18곳의 지난해 하반기(6월 2일~12월 30일) 주가 등락률을 조사한 결과, ㈜DL은 -15.2%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조사 대상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111.1%) △HD현대(67.0%) △두산(60.5%) △SK㈜(57.0%) 등 주요 그룹주가 밸류업 기대감에 힘입어 50~100% 이상 급등한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조사 대상 18곳 가운데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한 곳도 ㈜DL을 포함해 한진칼(-12.2%), 롯데지주(-11.2%) 등 3곳에 불과했다.

업계는 DL그룹의 부진이 단순히 업황이나 실적 문제라기보다,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비상장사 '대림'이 지주사 ㈜DL의 최상단에 위치한 구조 자체가 상장사 주주에게 구조적 불확실성을 안긴다는 것이다.

현재 이 회장은 비상장사 대림 지분 52.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림은 지주사 DL 지분 48.27%를 보유하고 있으며, DL은 다시 DL이앤씨(23.15%), DL케미칼(88.90%) 등 핵심 계열사의 최대주주다. 즉 지주회사 위에 오너 소유 비상장사가 존재하는 전형적인 '옥상옥' 구조인 것이다. 이 같은 체제에서는 DL이나 DL이앤씨가 실적을 개선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더라도, 기업가치 상승 효과가 상장사 주주에게 온전히 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회장은 고(故) 이재준 창업주의 맏손자이자 이준용 DL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995년 대림에 입사해 2019년 회장에 취임하며 본격적인 오너 3세 경영을 시작했다. 그는 2001년 당시 그룹 부회장 시절 해운중개 사업을 담당하는 대림에이치앤엘(H&L)을 설립해 지분 100%를 보유했으며, 대림아이앤에스(I&S) 역시 계열사로부터 지분을 매입해 개인 지배력을 강화해 나갔다. 이후 2008년 대림에이치앤엘은 옛 대림코퍼레이션(현 대림)에 흡수합병됐고, 2015년에는 유상감자가 단행되며 이 회장의 지분율이 99.17%까지 상승한 대림아이앤에스도 대림코퍼레이션과 합병됐다. 이를 통해 이 회장은 지주회사 대림의 지분을 52.3% 확보하며 현 체제를 완성했다.

또 다른 문제는 상장사 주주 구성과 지배구조 간 괴리다. 현재 DL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39.88%, DL이앤씨는 63.67%로 과반을 넘는다.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구조임에도, 기업 성과의 과실이 비상장사 대림을 거쳐 오너에게 우선 귀속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주주가치 평가 절하 논란이 이어진다. 지주사 DL이 아무리 이익을 내더라도 배당금은 이 회장에게 직접 돌아가기보다 비상장사 대림으로 유입된다. 이를 통해 대림은 고액 배당을 수령하거나 지배력 강화를 꾀할 수 있지만, 상장사 주주들은 구조적 한계로 밸류업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DL 측은 "지배구조와 관련한 시장의 다양한 의견을 겸허히 듣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지배구조 변경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검토 중인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이사회 기능 제고와 투명한 공시, 주주와의 소통 확대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하겠다"며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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