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2026년, ‘키오스크 금융’을 넘어 ‘에이전틱 시프트’의 시대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111010004796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01. 13. 19:37

카카오뱅크_이종태 팀장_사진
이종태 카카오뱅크 AI기술전략팀 팀장
금융은 돈을 다루는 산업이지만, 본질은 끊임없는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언제 빌릴지, 얼마나 모을지, 어떤 위험을 감수할지를 끊임없이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금융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자금 이동 기술이 아니라, 이러한 선택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서 형성되어 왔다. 오늘날 은행의 역할이 '경제활동의 조력자'로 변화하는 것 또한 본질이 변해서가 아니다. 그 본질을 구현하는 기술과 방식이 진화했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의 니즈 또한 크게 변하지 않았다. 빌리고, 모으고, 불리고, 미래를 대비하는 행위는 과거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수단은 빠르게 진화했다. 한때 지점 방문이 필수였던 금융은 이제 모바일 앱 안에서 완결된다. 이처럼 우리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물리적 불편'을 상당 부분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우리는 그 성과를 발판 삼아 남아 있는 '인지적 불편'까지 줄이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현재의 디지털 금융은 굉장히 편리하고 친절한 '키오스크'에 가깝다. 수많은 상품과 비교 조건을 잘 갖춰 제시하지만, 판단은 고객의 몫으로 남아있다. 고객은 스스로 금리를 비교하고 약관을 읽고, 자신의 선택이 최선인지 스스로 설득해야 한다. 다양한 플랫폼이 있지만 여전히 많은 고객이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지점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은행원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순간, 상품을 이해하고 선택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과 막막함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맥락적 이해'와 '확신'이라는 조언을 구하기 위한 것이다.

2026년은 이 결핍이 채워지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생성형 AI의 진화로 단순히 정보를 '보여주는' 단계를 넘어, 맥락을 이해하고 고객을 대신해 행동하는 '에이전틱 시프트(Agentic Shift)'가 금융 영역에서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전틱 시프트'란 AI가 단순한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지나, 고객의 의도를 파악하고 복합적인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대리인(Agent)' 단계로 진입함을 뜻한다. 이는 난해한 신기술의 등장이 아니다. 금융이 오랫동안 갈망해 온 '나를 알아서 챙겨주는 금융'이 본격적으로 구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상해 보자. 미래의 고객은 앱에서 '주택담보대출' 메뉴를 찾아 헤매지 않는다. 대신 AI에게 이렇게 말할 뿐이다. "내 소득 변화랑 금리 전망 따져봤을 때, 지금 주택담보대출 갈아타는 게 맞아?" 이 질문 하나에 AI가 고객의 소득 데이터를 분석하고, 중도상환 수수료와 미래 금리 변동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여 최적의 갈아타기 시점과 상품을 제안한다. 과거 고액 자산가들만 누리던 전담 PB(Private Banker)의 '초개인화 서비스'가 AI를 통해 비로소 대중화되는 것이다.

이 변화는 금융사의 경쟁 기준도 바꿀 것이다. 지금까지의 디지털 금융 경쟁이 '누가 더 편리한 앱(UI/UX)을 만드느냐'의 싸움이었다면, 앞으로는 '누가 고객의 삶을 더 정확히 이해하느냐'의 경쟁이 된다. AI가 고객에게 얼마나 실제로 유의미한 선택을 도왔는지가 새로운 성과 지표가 될 것이다. 모바일 네이티브로 출발해 수천만 고객의 금융 생활을 비대면으로 관리해 온 금융사에게, 이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물결이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뚜렷하다. 성패는 기술의 화려함이 아니라 '신뢰의 설계'에 달려 있다. AI 판단의 오류 책임, 알고리즘의 공정성, 그리고 그 판단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XAI)이 담보되어야 한다. 따라서 다가올 2026년은 AI 기술 경쟁의 해인 동시에, 가장 안전한 AI를 증명하는 'AI 거버넌스'의 원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금융과 AI의 결합은 더 이상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2026년, 금융은 정보를 나열하는 '키오스크'의 시대를 닫고, 고객의 곁에서 고민하고 행동하는 진정한 '에이전트'의 시대로 진입하는 시작점일 것이다.

금융은 늘 당대의 최신 기술을 흡수하며 이용 방식의 혁신을 거듭해 왔다. AI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에이전틱 시프트'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이 변화의 결과물을 선제적으로 선보이고 데이터를 축적한 금융사만이 미래 금융의 표준을 정의하게 될 것이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