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탈북민들이 법률 용어인 '북한이탈주민' 대신 '탈북민'을 보편적으로 사용한 것은 편의성도 고려됐겠지만 '이탈'이라는 단어가 자신들의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인 이유가 더 크다. '이탈'은 수동적 의미로, '부적응자', '낙오자' 등의 의미로 읽히는 반면 '탈북'은 능동적인 '탈출'의 의미를 갖고 있다. "내 선택으로, 목숨을 걸고 탈출해 한국으로 왔다"는, 이들의 '자부심'도 '탈북민'이라는 용어에 녹아들어 있다. 생명체가 변화와 적응을 거듭해 생존하듯, 언어도 사회와 문화 속에서 끊임없이 살아 숨 쉬고 진화하는 존재라는 관점에서 '탈북민'은 '자연선택'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정부가 다시 대체용어 도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2일부터는 정부차원에서 '북향(鄕)민' 용어 사용을 공식화했다. 탈북민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사회통합'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세금과 행정력을 투입하며 이를 공식화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몇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일단 '북향(鄕)민'이라는 용어 자체의 모호성과 선호도다. 6.25전쟁 당시 피난한 '실향민(失鄕民)'이 떠오르면서도 북한 체제가 싫어 탈출한 이들에게 '북을 향(向)하는 사람'이라는 모순적 용어가 될 수 있다. 통일부가 지난 30일 내놓은 '북한이탈주민 명칭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보고서'(일반국민·탈북민 각각 1000명 대상)에 따르면 대체용어에 대한 탈북민들의 선호도는 '자유민'(28.1%), '북향민'(18.8%),'북이주민'(13.1%) 순이었다. 일반국민들의 선호도도 '북이주민'(35.7%), '북향민'(28%), '자유민'(19.1%) 순을 기록했다. 선호도 1위는 북향민이 아니었다.
어떤 용어도 압도적인 지지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대체용어 도입 강행은 '긁어 부스럼'이자, 오히려 탈북민 사회통합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탈북민 사회에서는 용어 변경에 대한 찬반 의견이 나뉘며 갈등이 드러나는 양상이다. 정부가 싸움을 부추긴 꼴이 됐다.
궁극적으로 탈북민은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명칭 변경 및 공식화를 추진하는 것은 정부가 차별을 주도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들을 지칭하는 별도 용어를 공식화해 찍어내고, 분류하겠다는 것으로 탈북민 정책 본질에서 한참 벗어났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보수공사 납품을 위해 청와대에 자재를 싣고 들어가려던 탈북민들이 대통령경호처에 의해 제지된 사건이 있었다. '탈북민'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후 대통령경호처는 '행정상 착오'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대며 사과했지만 탈북민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차별 대우를 받고 있는 증거라며 하소연했다. 대통령경호처의 인식이 이러한데, 다른 일반 국민들의 인식은 어떨까. 통일부는 명칭 변경보다는 이런 억울한 사연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