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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후 빽빽한 아파트 단지 너머로 해가 저물고 있다. 고양시에서 바라본 해넘이. /연합뉴스 |
전국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변동불거(變動不居)'였다.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뜻이다. 표현 그대로 국내외 질서는 '격변의 한 해'였다. 안으로는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정권교체 등 정치권이 천지개벽을 맞았다. 밖으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자유무역체제에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우리 경제가 이런 내우외환을 뚫고 그런대로 버텨낸 점은 일단 높이 살만하다. 올해초 2399로 시작한 코스피는 30일 4214까지 75.6%나 껑충 뛰어 주요 20개국(G20)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전분기 대비 -0.2%에 머물렀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분기 1.3%까지 깜짝 상승했다. 올해(1% 내외)와 내년(1.8%) 성장률이 사상 처음으로 2년연속 2%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지만 잠재성장률(2%) 수준을 점차 회복하고 있다. '수출 효자' 산업인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올해 연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 고지를 돌파했다. 미국·독일·중국·일본·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6번째로 달성한 쾌거다.
하지만 여전히 남겨진 난제들이 많다. 미국의 일방주의 선언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시대 회귀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올해 1~11월 누적 수출액은 전년 대비 1.5% 감소해 '반도체 천수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15개 수출 품목 중 석유화학·철강·2차전지·디스플레이·자동차부품·가전 등 10개 품목이 줄줄이 역성장했다. 그나마 반도체·자동차·선박·바이오헬스 등이 수출을 지탱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텨낼지 장담하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와 의약품까지 품목관세를 부과하면 대미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외환당국이 연말 종가관리를 위해 국민연금까지 동원해 원·달러 환율을 1430원대까지 끌어내렸지만, 내년 초 또다시 튀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적한 대로 지금의 고환율이 제2의 외환위기는 아닐지 몰라도 물가와 양극화의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궁극적으로 고환율을 잡으려면 기업들에 보유 달러를 매각하라고 압박하는 식의 '팔 비틀기'가 아니라 외국 기업들의 한국투자를 늘리기 위한 규제 철폐가 우선돼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주한 외국기업들까지 '파업유도법'이라 비판하는 노란봉투법, 청년층 고용과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추진 등을 당장 손봐야 할 것이다. 정치권도 새해에는 내란(內亂) 타파와 같은 진영싸움에서 벗어나 제2의 경제 도약을 달성하기 위해 아낌없이 힘을 모으기 바란다. 경제계 역시 국내외 경영 여건이 어렵겠지만, 새 사업 개발과 시장 개척 등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어가는 역동적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