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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 측근 ‘美 기업’ 쿠팡 두둔, 사태 해결 도움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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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26. 00:01

로버트 오브라이언.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한국 국회와 정부의 쿠팡 때리기가 미 기업 차별이라며 쿠팡을 두둔하고 나섰다.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가 미국에서 최근 5년간 1039만 달러(약 154억원)의 로비자금을 지출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그의 발언으로 한국 정부의 쿠팡 징계가 자칫 한미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2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한국 국회가 공격적으로 쿠팡을 겨냥하는 것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추가적인 차별적 조치와 미국 기업들에 대한 더 넓은 규제 장벽을 위한 무대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무역 관계 재균형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한국이 미국 테크 기업들을 타깃으로 삼음으로써 그 노력을 저해한다면 그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그러나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책임 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식의 주장만 되풀이했다. 집권 공화당 대럴 이사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도 22일 기고문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쿠팡)을 상대로 공격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한국의 규제가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미국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면서 비슷한 주장을 폈다.

쿠팡Inc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5억원)를 기부하는 등 미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여권 인사들의 잇단 쿠팡 편들기 발언이 이같은 로비활동과 모종의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성탄절인 25일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의 대책 마련을 위한 관계 부처 장관급 회의를 비공개로 열었다. 외교부 장관과 국가안보실 3차장 등 외교라인도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최근 불거진 쿠팡의 미국 정·관계 인사 로비 의혹도 함께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오는 30~31일 예정된 국회의 쿠팡 사태 관련 연석 청문회에도 애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5개 상임위만 참여하려 했으나 최근 외교통일위원회가 추가됐다.

쿠팡 한국법인 지분 100%를 소유한 쿠팡Inc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지만 매출의 90%가 한국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고객정보 유출과 같은 중대한 과실이 발생했을 때 한국 정부로부터 징계를 받는 게 당연한데도 미국 여권 인사가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심히 부적절하다. 쿠팡사태 해결에도 도움이 안 된다. 국회와 정부는 이 같은 미국 측의 간접적 압박에 굴하지 말고, 쿠팡 실소유주인 김범석 의장의 연석 청문회 출석과 과징금 부과 등을 강력히 밀어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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