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SK에코플랜트, ‘반도체 전문가’ 김영식 체제 출범…매출 10조 넘어 ‘14조 성장판’ 열릴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23010012557

글자크기

닫기

김다빈 기자

승인 : 2025. 12. 23. 15:28

‘하이닉스 출신’ 김영식 대표 공식 선임…체질 전환 가속
하이테크 매출 ‘전체 53%’ 껑충…코어 변화 "척척"
내년 IPO 이후 ‘연평균 20%’ 고공 성장 가능성도 제기
SK에코 “지속 가능 성장 동력 마련”
이미지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인공지능(AI)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을 본격화하며 중장기 실적 '퀀텀 점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환경 사업 리밸런싱과 반도체 소재 기업 편입을 병행해 온 체질 개선의 방점을 '반도체 전문가' 김영식 신임 대표이사 선임으로 찍었다는 평가다. 단순 건설사를 넘어 미래 성장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하겠다는 SK에코플랜트의 로드맵이 보다 선명해졌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 선임과 함께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반도체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강화한 점도 눈길을 끈다. 동시에 내년 7월 전후로 예상되는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한 행보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SK하이닉스의 투자 확대에 따른 낙수효과가 이어질 경우, 올해 실적 개선은 물론 IPO 이후까지 이어지는 중장기 성장 궤도에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9조3176억원)와 2015년(9조3607억원)의 실적을 넘어 올해 10조원대 매출 달성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매출이 연평균 20% 안팎의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도 거론한다. 구체적으로 올해 10조원대 매출을 기록한 뒤 IPO가 추진되는 2026년에는 연 매출 12조원, 상장 이후에는 14조원까지 매출 외형이 확대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우선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매출은 8조7927억원으로, 연간 기준 10조원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3분기 매출만 놓고 보면 3조248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697억원) 대비 64.9% 증가했다. 하이테크(반도체) 부문의 고성장 등에 연말까지 분기 평균을 웃도는 실적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SK에코플랜트가 불황이 이어지는 환경 사업을 리밸런싱 대상으로 정하고,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도체·AI를 중심으로 사업군을 재편한 것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하이테크 부문 매출은 4조7116억원으로 전체의 53%를 차지했고, 영업이익도 3783억원을 기록하며 사실상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사업 전환의 흐름에서 지난 10월 말 SK그룹은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 공정 등을 두루 경험한 김영식 전 부사장을 SK에코플랜트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후 이달 22일 이사회를 통해 공식 선임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배치해 IPO 이후까지 이어질 확장 국면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실제 조직 개편도 이에 맞춰 이뤄졌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AI 분야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을 통합하기 위해 'AI 설루션 사업 조직'을 신설했다. 기존 건축·토목·플랜트 중심의 설루션 사업과 AI 데이터센터, 연료전지, 재생에너지 등을 담당하던 에너지 사업 부문을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이테크, 환경 사업 부문의 운영도 이어간다.

나아가 시장은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 중심 리밸런싱을 통해 향후 14조원대 매출을 노리는 중장기 성장 시나리오를 본격 가동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반도체 소재·가스 계열사 편입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IPO를 성장의 마무리 단계가 아닌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한 하이테크 업계 관계자는 "IPO 전후 시점인 SK에코플랜트의 내년 연결 매출을 12조원 안팎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건설·플랜트 부문 약 6조원, 반도체 소재·가스 자회사 매출 약 6조원의 '반반 구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반도체 투자 확대와 공정 미세화 흐름 속에서 반도체 부문은 연 10% 초중반 수준의 순조로운 성장세를 탈 것"이라며 "이에 IPO 이후 2~3년 내 반도체 부문 매출은 7조5000억~8조원까지, 건설·플랜트 부문 역시 관련 산업·인프라 중심으로 재편되며 7조원 수준의 안정적 매출 유지가 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중장기 로드맵에 상장이라는 성과가 필수 조건으로 떠오른 만큼, 김영식 체제의 SK에코플랜트 또한 IPO 추진에 점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회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전환우선주(CPS)의 전환가를 기존 9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낮추는 방안을 의결했다. 전환가 인하로 FI의 회수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IPO 추진 여건 역시 한층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다.

장동현 부회장과 김영식 사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한 점도 눈에 띈다. 그룹 내 대표적인 인수합병·IPO 전문가인 장 부회장이 상장 전략을, 김 사장이 반도체 중심의 사업 확장을 각각 맡아 상장 의지의 연속성과 사업 실행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다만 SK에코플랜트의 중장기 성장 구상이 반도체·하이테크 부문에 과도하게 쏠릴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형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도체 인프라 구축 역시 본질적으로는 건설업에 기반한 사업인 만큼, 모그룹 계열사의 투자 사이클에 의존한다면 오히려 외형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하이테크를 제외한 기존 사업 부문의 실적 둔화는 이미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도로, 산업플랜트 등을 담당하는 설루션 부문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5547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1227억원) 대비 약 38%(1조5680억원) 급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반도체 중심 전략과 병행해 '플랜 B' 성격의 추가 성장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반도체 인프라를 넘어 소재·모듈, AI 데이터센터 구축, 리사이클링까지 AI 인프라 전 영역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며 "김영식 대표이사 선임을 계기로 반도체·AI 분야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