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노조 분리교섭, 기업 혼란 우려
현대차 협력사 8500여 개… 불확실성↑
전문가 "상호보완적 해결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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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 중 핵심은 '하청 교섭단위 분리' 규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직무·이해관계·노조 조직 범위 등을 근거로 하청업체별 혹은 직무별로 독립된 교섭단위를 구성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가 현실화할 경우, 원청 기업은 수천 개에 달하는 하청업체 및 노조 단체와 연쇄적으로 교섭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노란봉투법 입법예고와 관련해 "이렇게 모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 무분별하게 교섭단위 분리 결정기준을 확대할 경우, 15년간 유지되어온 원청단위의 교섭창구단일화가 형해화되어 산업현장의 막대한 혼란이 우려되는 만큼 무분별하게 교섭단위 분리 결정기준을 확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완성차 기업들은 글로벌 확장, 신차 개발, 설비투자 등에서 예측 가능한 경영이 중요한데, 이번 제도로 인해 계획 수립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8500여 개 협력사·하청업체를 보유한 현대자동차는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이들 업체 각각에 대해 별도의 노조 단위가 인정된다면, 원청은 사실상 교섭 상대방을 '관리 불가능한 수'로 마주하게 된다. 이는 노사 교섭의 복잡성과 비용 부담을 급격히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원은 "현대차는 1차 협력 업체가 374개이고 그 외 하청업체가 8000개가 넘는다"면서 "지금까지 현대차는 374개 협력 업체와만 협상해왔는데, 노란봉투법 개정안이 법제화되면 나머지 기업들도 들어누울 수 있다. 이는 1년 내내 협상만 하다가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 정부의 점진적이고 상호보완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제도 개편은 완성차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조선, 전자, 부품 등 다단계 하청 구조를 가진 제조업 전반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 원청이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빈도와 범위가 크게 확대되면서, 기존의 교섭창구 단일화 시스템이 사실상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국발 저가 공세로 업황이 크게 둔화한 석유화학 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다. 현재 정부는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강도 높은 설비 통폐합 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직원 처우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협력사 관리 부담도 더해지는 셈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각 기업들은 현재 정부가 요구하는 사업 재편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데, 노동법 개정이 자칫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면서 "특히 석유화학처럼 규모가 큰 기업은 1년 365일 내내 노조협상을 이어가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노동계 입장에서는 이번 개정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는 노란봉투법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