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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실 문제 해결을 위한 규제 완화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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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04. 15:02

남성훈 아이엠박스 대표
남성훈 아이엠박스 대표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 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단순히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파급되는 구조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공실은 건물주의 손익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상권 붕괴로 인한 자영업자의 생계 위협, 일자리 감소, 소비 위축, 지방세수 감소 등으로 이어지며 결국 도시 공동화와 국가 경쟁력 약화라는 악순환을 낳는다. 하나의 병리 현상으로 자리잡게된 셈이다. 도심 한복판에서도, 외곽 상권에서도 '빈 공간'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경기 시흥시 거북섬 상가의 공실률이 무려 87%에 달한다는 지역 상가 소유주의 절규도 들려온다.

위기는 상가를 넘어 지식산업센터로까지 번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착공조차 하지 못한 물량이 1000여 곳이 넘는다. 수도권만 보더라도 100만㎡ 규모 이상의 부지가 사실상 방치돼 있다. 이미 준공된 건물조차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유휴 공간으로 남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기업 수요가 줄어드는데 반해 공급은 계속 쏟아지다 보니, 일부 단지는 공실률이 30~40%를 넘어 사실상 유령 빌딩으로 전락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로 인해 시행사·건설사 도산이 잇따르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반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이 문제는 단기 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다. 공급 과잉과 수요 위축이 맞물린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정부의 유연한 규제 완화다.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원격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수요가 급감하면서 미국 주요 도시의 공실률은 20%에 육박했다. 이에 뉴욕·캘리포니아주 등은 오피스를 주거용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벽을 과감하게 낮췄다. 주거 전환 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임대주택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하면 세제 감면과 금융 지원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워싱턴 D.C.도 오피스 전환 절차를 간소화하고 부담금을 줄였다. 뉴욕 맨해튼에선 '25 워터 스트리트'라는 대규모 오피스를 1300가구 규모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규제 완화와 조세 혜택이 맞물려 가능했던 대표적 성공 사례다. 오피스 전환은 단순 리모델링을 넘어 도시 활력을 되살리는 새로운 도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도 이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주거 전환은 물론, 스마트 물류·데이터 인프라 등 신산업을 통해 공실 공간을 재생산해야 한다. 특히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입주 가능한 업종이 법적으로 제한돼 있어 수요가 좁고 공실이 심화되는 실정이다. 현실적 해법은 업종 제한 완화다. 규제를 풀면 유휴 공간은 다양한 신산업의 무대로 거듭날 수 있다.

정부가 공실 해소를 위해 추진한 대표적 조치 중 하나로 '셀프스토리지'의 제2종 근린생활시설 포함을 꼽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공실 상가를 새로운 수익형 공간으로 활용할 길이 열렸고, 생활밀착형 서비스 및 도심 물류 거점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셀프스토리지는 단순한 창고 기능을 넘어 도시 재생의 중요한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무인·자동화 기술과 결합하면 도심형 물류 허브나 드론 배송 거점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공실 문제 해소와 스마트시티 전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실험이다. 도심권 거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 인프라이기도 하다. 가까운 곳에서 안전하게 물건을 보관하고 필요할 때 즉시 이용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해서다.

일본에서는 셀프스토리지 시설 수가 작년 기준 1만4860곳을 넘었고, 운영 중인 보관 단위(room)는 62만6418실에 이른다. 미국도 같은 해 기준 5만2301개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도 셀프스토리지는 방치된 상업용 건물을 생활밀착형 공간으로 전환시키며, 공실 문제 해결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대표적 사례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주거 전환, 지식산업센터의 업종 제한 해제뿐 아니라 셀프스토리지 같은 신사업 육성을 통해 민간의 창의적 시도가 확산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공실은 건물주의 고민을 넘어 도시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위험 요인이다. 공실을 방치하면 도시는 쇠락하지만, 규제를 풀면 기회가 된다. 지금이야말로 합리적 규제 완화를 통해 공실을 혁신의 공간으로 되살려야 한다.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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