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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임대료에 결국 ‘백기’… 신세계免도 인천공항서 방 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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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5. 10. 30. 17:51

신라면세점 이어 'DF2 사업권' 반납
위약금 1900억보다 누적손실 부담 커
"명동점 등 집중… 체질개선 나설듯"
신라면세점에 이어 신세계면세점의 인천공항면세점 철수 결정은 어찌 보면 예정된 수순이다. 면세업계의 '큰손'이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감소와 여행객들의 쇼핑 패턴 변화에 가뜩이나 어려운 사업 환경 속에서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는 면세사업자들이 1900억원의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이야 면세업계의 '황금기'로 시내면세점의 수익으로 버틸 수 있었다지만 시내면세점까지 어려워지면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게 된 셈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신규 사업자 공고에도 똑같은 임대료 산정방식을 적용한다면 최악의 경우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우리 공항에서 면세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30일 신세계면세점 운영사인 신세계디에프는 이사회를 열고 인천공항 DF2권역(화장품·향수·주류·담배) 사업권 반납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사업권 반납 배경에 대해 "고환율, 경기 둔화, 주고객의 구매력 감소 및 소비 패턴 변화 등 면세 시장의 부정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영업 지속 시 적자 증가가 예상돼 수익성 제고를 위한 운영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면세점의 인천공항 DF2구역은 1터미널과 2터미널에 걸쳐 총 4709㎡ 규모로 화장품, 향수, 주류, 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사업권 반납으로 신세계면세점은 내년 4월 27일에 철수할 예정이다. 인천공항 DF2권역의 지난해 순매출은 4039억원으로 지배회사 연결 매출총액(6조5704억원)의 6.15%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사업권을 반납한 이유는 높은 임대료 때문이다. 그동안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30% 임대료 인하를 주장하며 소송전을 벌여왔다. 인천지방법원도 면세사업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조정절차에서 DF2구역 매장 객당 임대료를 27.184% 인하하라는 강제조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공사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즉각 이의를 제기했고, 법원의 보정명령이 내려지자 신세계면세점은 사업권 반납을 최종 결정했다.

앞서 신라면세점도 같은 길을 택했다. 신라면세점도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인천공항 면세점 DF1권역 사업권 반납을 공식 결정한 바 있다. 이후 신라면세점은 불확실성 해소에 따라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도 보였다. 증권가는 당시 "DF1 철수에 따른 일회성 위약금(1900억~2000억원)이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이득"이라며 "내년 호텔신라의 영업이익이 700억~800억원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신세계면세점 또한 이번 결정으로 부담해야 할 위약금은 약 19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매월 60억~80억원씩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잔여 계약기간이 7~8년 남아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적자 구조가 지속될 경우 누적 손실은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7000억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1900억원의 위약금이 부담스럽지만 장기적으로는 이것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선택이라는 계산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앞으로 시내면세점인 명동점과 DF4권역(패션·잡화)에 역량을 집중해 면세점 사업의 체질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면세점 측은 "DF2권역 매출 감소가 예상되나 중장기적으로는 재무구조 및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뒷걸음질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매출은 2019년 24조8586억원에서 2024년 14조2249억원으로 급감했다. 5년 사이 42.8% 줄어든 것이다. 올해 1~9월 누적 매출은 9조3691억원이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12조4921억원으로, 전년보다도 더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엔데믹 이후 면세점 방문객 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매출 회복은 더디다.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이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이동한 탓이다. 과거 패키지 여행 일정에 포함된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화장품을 구매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SNS에서 인기 있는 제품만 골라 구매하는 경향이 커졌다. 고환율도 치명타였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입찰 공고를 통해 새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2023년 사업권을 따내지 못했던 롯데면세점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했던 중국 CDFG도 다시 도전장을 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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