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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美 합의 불구, 희토류 원료 수출금지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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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0. 29. 19:20

TRUMP ASIA TRIP <YONHAP NO-6495> (UPI)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47차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의 영접을 받고 있다/UPI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희토류 줄타기 외교를 벌이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자국의 핵심 정책 기조를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텡쿠 자프룰 아지즈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장관은 이날 의회 연설을 통해 최근 미국과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협정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공되지 않은 원료 형태의 희토류 수출 금지 정책은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불과 사흘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쿠알라룸푸르 방문 당시 발표된 양국 공동성명 내용과 미묘하게 결이 다르다. 미국의 노골적인 중국 견제 압박 속에서도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말레이시아의 복잡한 속내가 드러난 것이란 평가다.

앞서 말레이시아는 지난 26일 트럼프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미국-말레이시아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발표된 양국 공동성명에는 "말레이시아는 핵심 광물 또는 희토류 원소의 대미 수출 금지나 쿼터 부과를 자제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는 자국 내 가공 산업 육성을 위해 희토류 원료 수출을 금지해 온 말레이시아의 기존 정책 기조가 미국의 압력에 밀려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자프룰 장관은 이날 의회 답변을 통해 이러한 해석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일부 야당 의원들이 "말레이시아가 즉각적인 이익이나 전략적 목표를 위해 미국에 핵심 광물과 희토류 수출을 허용할 것"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우리는 더 이상 과거처럼 값싼 원료를 파내서 실어 보내기만 하는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정책은 영원히 교역을 막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정책은 말레이시아에 부가가치가 더해지도록, 가공되지 않은 값싼 원료의 수출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미국과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원료 형태의 수출 금지는 계속 유지하되, 외국인 투자 유치와 기술 이전을 통해 자국 내에서 희토류를 채굴하고 가공하는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말레이시아가 이처럼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원료 수출 금지 원칙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자국의 풍부한 희토류 매장량(정부 추산 1610만 톤(t))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업적으로 채굴하고 가공할 핵심 기술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깔려있다. 희토류는 전기차·반도체·미사일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소재다.

이런 상황에서 말레이시아가 눈을 돌리는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이다. 로이터는 이달 초 말레이시아 국부펀드인 카자나 나시오날이 중국 국영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말레이시아 내에 희토류 정제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초기 단계에서 논의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자국이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 정제 기술을 말레이시아에 제공하는 대가로 아직 개발되지 않은 말레이시아의 희토류 매장량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희토류 정제 기술의 해외 유출을 엄격히 금지해 온 기존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는 파격적인 제안이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말레이시아에 이미 대규모 희토류 가공 공장을 운영 중인 호주의 라이너스(Lynas)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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