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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VIP 장사’에 재정 의존…“공공의료 기반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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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원 기자

승인 : 2025. 10. 21. 14:23

5년 간 VIP 환자, 특실 평균 입원일수 8.1일…일반 환자比 2일 길어
김윤 의원 “본원 소속 전문의, VIP진료에 배치"
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공공의료기관인 서울대학교병원이 'VIP 특별회원 제도'에 재정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연 20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VIP회원들이 우선적으로 특실에 장기간 머물면서, 상대적으로 일반 환자들의 이용기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인력도 VIP 회원 담당에 집중되면서 공공성이 희석되고 있다. 이에 별도 재원을 마련해 국립대병원이 공공·필수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대병원VIP 회원의 평균 특실 입원일 수는 8.1일이었다. 일반 환자(5.9일) 대비 2일 이상 특실에 더 머문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1년에는 이 같은 현상이 더 짙어졌다.전체 특실 환자의 평균 입원일수는 4.8일이었지만, VIP 회원은 20.8일에 달했다. 이 기간 VIP 회원 중 한명은 464일 동안 특실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특실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1년 이상 독점 사용은 의료적 필요보다 사실상 특혜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가 운영하는 프리미어 CEO 제도는 2006년 도입된 고가 회원제 프로그램이다. 일반 검진보다 개인의 건강상태에 맞춘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전용 VIP룸과 전담 간호사(헬스매니저)의 일대일 코디네이션, 검진 후 진료연계 등의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올해 기준 프리미어 CEO 회원 수는 148명으로, 최근 5년간 약 150명 안팎을 유지했다. 가입유형은 △프리미어(검진 포함, 최대 연회비 2600만원) △프리미어 라이트(검진 제외, 연회비 2100만원)로 구분된다. 올 상반기 기준 1인 평균 납부액은 신규회원 2157만원, 기존회원 2194만원이었다.

최근 3년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가 프리미어 CEO 프로그램·개인 건강검진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연평균 60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회원비는 약 32억원, 일반 검진은 약 589억원이었다.

문제는 인력 운용 구조다. 강남센터 근무 인력은 의사 64명, 간호사 113명, 보건직 69명, 사무직 등 기타 49명 등 총 295명으로 인건비만 연 270억원을 기록했다. 강남센터 회계가 서울대병원 본원과 통합돼 있어, 국립대병원 인건비가 사실상 VIP 회원제와 고가 검진 프로그램 운영에 투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9월 기준 VIP 회원을 담당하는 의사의 전문과목은 내과 29명, 외과 1명, 가정의학과 4명으로 총 34명이었다. 서울대병원 본원 소속 상당수 전문의가 VIP 진료에 배치된 셈이다. 또 강남센터는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46억원의 임대료를 지출했고, 신규 장비 금액으로 16억원을 사용했다. 한편,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는 국가건강검진기관으로 등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공공의료기관이 필수의료보다 VIP 프로그램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윤 의원은 "특실 운영과 VIP 연계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공병원으로서 필수의료 인력과 병상 운영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며 "국회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특별법이 통과되면 별도 재원을 통해 국립대병원이 공공·필수의료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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