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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부터 아이 웨이웨이까지, 거장 33인 작품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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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10. 21. 15:00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이건희 컬렉션 16점 포함 걸작 44점 공개
국내 첫 물납작품도 최초로 선보여...100년의 시간 가로지르는 명작 향연
전시전경_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는 해외 명작전 '수련과 샹들리에'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유족이 기증한 모네, 르누아르 등 인상주의 거장의 작품과 국내 미술품 물납제 도입 후 처음 납부된 중국 현대미술의 걸작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해외 명작전 '수련과 샹들리에'를 통해서다. 이번 전시를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은 국제미술 소장품 1045점 중 한 점당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A급 작품 44점을 엄선했다.

전시작 중 16점은 2021년 이건희 컬렉션으로 수증된 작품이며, 4점은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납부하는 '미술품 물납제'를 통해 수집됐다. 특히 쩡판즈의 초상 연작 2점은 국내 물납제 도입 후 최초로 납부된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됐다. 클로드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마르셀 뒤샹, 앤디 워홀 등 거장 33명의 작품이 100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만났다.

전시전경_국립현대미술관 제공 (4)
이건희 컬렉션 중 하나인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이 걸려 있는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의 첫 주인공은 이건희 컬렉션 중 하나인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이다. 1883년부터 1926년까지 파리 근교 지베르니 자택에서 수련을 그려낸 모네의 250여 점 연작 중 하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던 모네의 말년에 그려졌다는 사실이다. 뿌옇게 흐려진 시야, 밝은 곳에서는 색 구별조차 어려웠던 그의 눈. 그러나 그 불완전한 시선이 포착한 자연의 빛은 오히려 더욱 신비롭다. 연못 위를 떠다니는 수련, 수면에 비친 하늘과 구름이 자유롭고 감각적인 붓 터치로 살아 숨 쉰다.

아이 웨이웨이(1957- ), 〈검은 샹들리에
아이 웨이웨이의 '검은 샹들리에'. /국립현대미술관
모네의 작품과 대비를 이루는 또 다른 주인공은 중국 작가 아이 웨이웨이의 '검은 샹들리에'다. 빛을 밝히는 샹들리에를 검은색으로 만들어 오히려 빛을 흡수하게 한 역설적 작품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섬뜩하다. 샹들리에를 구성하는 것은 척추, 장기, 해골 등 죽음을 상징하는 요소들. 그 사이사이 웨이웨이의 트레이드마크인 민물 게가 기어다닌다. 중국 정부가 외치는 '조화로운 사회'(和諧, hexie)와 발음이 같은 민물 게(河蟹, hexie)를 검열의 상징으로 사용한 것이다.

쩡판즈의 초상 연작 국립현대미술관
쩡판즈의 초상 연작. /국립현대미술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쩡판즈의 초상 연작 2점은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다. '중국 현대미술 4대 천왕' 중 한 명인 그는 가면을 쓴 인물화로 중국 사회의 혼란상을 표현해왔다. 이번 작품은 가면을 벗은 크고 공허한 눈으로 소외된 인간의 불안한 내면을 드러낸다. 국내 물납제 도입 후 처음 납부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미도 크다.

전시는 바바라 크루거의 '모욕하라, 비난하라'로 시작해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에트루리아인'으로 마무리된다. 크루거의 작품은 날카로운 바늘이 눈을 찌르려는 순간을 포착해 미디어와 시각 이미지가 개인에게 가하는 위협을 표현했다.

바바라 크루거(1945- ), 〈모욕하라, 비난하라〉
바바라 크루거의 '모욕하라, 비난하라'. /국립현대미술관
피스톨레토의 '에트루리아인'은 고대 복장을 한 청동 조각상을 거울 앞에 세워둔 작품이다. 조각상의 정면을 보려면 거울을 봐야 하는데, 이때 관람객은 자신의 모습도 함께 보게 된다. 순간, 관람객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이번 전시는 특별한 주제나 연대기적 분류 없이, 작품 한 점 한 점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르누아르의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 카미유 피사로의 '퐁투아즈 곡물 시장', 마르크 샤갈의 '결혼 꽃다발', 앤디 워홀의 '자화상' 등 명작들이 여유로운 공간에 배치됐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작품 한 점 한 점마다 관람객이 오래 머물며 관람할 수 있도록 휴식과 명상의 경험을 만끽할 수 있게 전시 환경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3일까지.

신디 셔먼(1954- ), 〈무제 163〉, 1987, 종이에 크로모제닉프린트, 114.5×72.5cm
신디 셔먼의 '무제 163'. /국립현대미술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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