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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 내신 평균 3점↑…5등급제·고교학점제 첫해 ‘성적 인플레’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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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10. 19. 15:19

전국 1781개교 분석 결과, 주요 5개 교과 평균 70.1점
A등급 비율 23.7%로 3.2%p 상승…원점수 반영 가능성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 시작
2025학년도 10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14일 대구 수성구 정화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처음으로 내신 5등급제와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학교 성적이 전국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학교 간 경쟁과 제도 변화로 시험 난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졌고, 이로 인해 상위권 학생이 급증하는 '성적 인플레이션'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입시 현장에서는 "등급만으로는 변별이 어렵다"며 대학들이 원점수 반영을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종로학원이 교육부 '학교알리미' 공시를 분석한 결과, 전국 1781개 고등학교(일반고 1693개, 특목·자사고 88개)의 올해 고1 학생 1학기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등 주요 5개 교과 평균 점수는 70.1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7.1점)보다 3점 올랐다. 서울권은 2.6점, 경기·인천 등 경인권은 3.9점, 지방권은 2.7점 각각 상승했다. 세부적으로는 충청권 3.7점, 강원권 3.4점, 호남권 2.5점, 부울경 2.3점, 대구·경북권 2.2점, 제주권 1.6점 등 전국 모든 권역에서 점수가 올랐다.

세종시 학생들의 평균은 74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울산(73.3점), 부산(72.3점), 충북(72.2점), 서울(72.0점) 등이 뒤를 이었다. 전국 17개 시·도 모두 지난해보다 평균 점수가 상승하면서, '쉬운 내신' 기조가 전국적으로 확산됐음을 보여준다.

절대평가 기준인 A등급(학업성취도 90% 이상) 비율도 전년 대비 3.2%포인트 오른 23.7%로 집계됐다. 서울은 29.4%, 인천 28.9%, 제주 28.2%로 상위권을 형성했으며, 대전은 30.2%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일반고의 A등급 비율은 23.7%였고, 특목·자사고는 48.5%로 두 배 수준에 달했다. 학교 유형별로는 과학고 58.3%, 국제고 50.8%, 외국어고 41.8%, 전국 단위 자사고 49.1%, 지역 자사고 46.8% 순이었다.

올해 고1은 처음으로 내신 5등급제가 적용됐다. 기존의 9등급제가 A~E의 5단계로 단순화되면서, 상위 10%가 1등급, 상위 34%가 2등급에 포함된다. 등급 구간이 완화되면서 학생 간 점수 차가 좁아졌고, 그 결과 '동점자 폭증'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로 1등급과 2등급을 받은 학생 중에서도 원점수가 몇 점 차이 나지 않는 사례가 많아, 학교 내 서열 판단이 모호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입시 현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대학 평가 기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현재 대학들은 학생부 교과전형에서 내신 등급 외에도 과목별 원점수, 학급 평균, 성취도 분포 등을 함께 참고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등급 간 점수 편차가 크게 줄면서, 대학이 원점수 중심 평가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교 간 경쟁으로 시험을 쉽게 내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1·2등급 내 동점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등급만으로는 변별이 어려워 대학이 원점수나 학교 평균을 평가 지표로 포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이어 "등급제 완화로 학생 간 서열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등급 인플레'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학교별 시험 난도 격차가 커질수록 내신의 공정성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번 현상이 일시적인 통계 변화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확산되며 학교 자율성이 커진 상황에서, 각 학교의 평가 기준과 시험 난이도 차이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학교는 대학 진학 실적을 의식해 중간·기말 난도를 조정하는 '내신 경쟁'에 나서고 있어, 동일한 등급이라도 학교별 학업 수준 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대학이 학교 간 시험 난이도 차이를 고려해 내신 자료를 보다 세분화해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신 5등급제 시행 이후 누적되는 성적 데이터가 향후 대입 평가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5등급제 도입의 취지였던 '학생 부담 완화'가 실제로는 상대평가보다 더 치열한 원점수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교사는 "등급 구간이 넓어졌지만 상위권 몰림 현상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경쟁 압박이 심해졌다"며 "시험을 조금만 틀려도 등급이 떨어질까 불안해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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