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6일 명동 갤러리1898서 '천상운집(千祥雲集)'전
'진품·위작 가려낸 안목'으로 독자적 서체 창조
52점 작품에 50년 필법 연구 집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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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개막하는 '천상운집(千祥雲集)'전에는 이 작가가 50년에 걸쳐 연구한 왕희지 등 거장들의 필법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창조한 서예 작품 52점이 전시된다. '좋은 기운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뜻의 전시 제목처럼 그는 "매 작품을 쓸 때 기도를 하고 영혼과 그간의 지식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전시 개막에서 앞서 16일 갤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가는 "미술품 감정을 배우고 나서 제 글씨의 큰 변화는 필법에 대한 이해도가 감정을 통해 확신으로 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궁체 서예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그는 "궁녀들이 써서 시시하다고 생각하지만, 왕희지 이전부터 지속돼 온 대가들의 필법을 똑같이 쓴 것"이라며 "여자들이 썼다고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무명 궁녀들의 글씨에 엄청난 내공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감정가로서 경험이 서예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는 "추사 김정희 글씨를 직접 써보고 그 필법을 완전히 이해한 상태에서 진위를 감정했다"며 "감정을 하지 않았다면 붓이 어떻게 회전되어 이런 획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기존 서예가들과 달리 대가들의 비법을 오늘날에 부활시킨 것으로, 이는 그가 노련한 감정가이기에 가능한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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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는 1981년 도쿄국제미술협회에서 장려상을 받았고, 1999년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서화 감정계의 태두 양런카이의 수제자이기도 하다. 그는 "은사님이 제 글씨를 보고 저를 받아주셨다. 첫날 만났을 때 '우연이 필연이 된다'고 하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필연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작가는 2001년 명지대에 국내 최초로 예술품 감정학과를 개설하고, 2004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대 대학원에서 작품감정론을 강의했다. 현재 중국 라오닝성박물관 해외특빙연구원이자 문화재감정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 작가는 "진짜 예술은 사람들을 위로해 주고 공감해주고 그들에게 생명력을 주는 것"이라고 이 작가는 정의했다. 그는 "예술은 단순하게 누구를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축복해 주는 것"이라며 "예술이 본연의 자리를 찾으려면 예술가가 자신을 작품에 갈아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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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대도무문(大道無門·깨달음의 길은 문이 없어 모두에게 열려 있다)', '교룡득운우(蛟龍得雲雨·영웅이 기회를 만난다)', '무아무심(無我無心·억지 없이 자연스럽게 깨어 있음)'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2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