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 무장단체 청춘들의 신념과 고뇌, 그리고 연대로 이어진 시간의 기록
컴퍼니 연결이 되살린 항일의 무대, 과거의 ‘오늘’이 현재의 ‘오늘’을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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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시선은 광복이라는 결말이 아닌, 아직 끝나지 않은 일제강점기의 한가운데를 향한다. 시간은 흐르지만 희망은 보이지 않는 그 시절, 항일 무장단체의 대장과 대원들은 또 한 번의 작전을 준비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실패와 동료의 죽음은 조직 안에 깊은 불신을 낳는다. "누구를 믿을 것인가, 무엇을 지킬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청춘들은 서로를 의심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손을 잡는다. 지하의 어두운 창고에서, 이름 없는 이들이 세상을 바꾸겠다는 신념으로 내딛는 발걸음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인간적 갈등이 있다. 항일운동이라는 대의 속에서도, 이들은 두려움과 고뇌를 피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작전 실패가 이어질수록, 대장과 행동대원, 작전대원, 막내의 관계는 균열을 드러낸다. 여기에 조직의 뜻을 저버린 밀정이 잠입하면서, 연극은 '적'과 '우리'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점을 예리하게 응시한다.
무단장 암살 작전이 예고되지만, 시찰단의 이동 경로가 변경되면서 극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은 흐르고,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한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갈등의 흐름은 단순한 항일극의 구도를 넘어, 인간이 신념과 생존 사이에서 어떤 복잡한 선택을 마주하게 될지 밀도 있게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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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연결은 이미 국내외에서 실력을 증명한 창작집단이다. 이들은 2025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해 Scottish Field와 Edinburgh Guide로부터 별점 4점을 획득하며 해외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제1회 무극연극제 대상, 제4회 딜레마 연극제 최우수작품상, 제11회 대한민국 신진 연출가전 브릿지 선정 등 주요 연극제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쌓아왔다. 이번 작품 역시 서울문화재단의 'ART MUST GO ON' 선정작으로, 창작 과정의 지속성과 예술 노동의 가치를 공공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더불어 '2025 웰컴대학로 페스티벌' 웰컴프린지 공식 초청작으로 이름을 올리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출연진의 조합 또한 인상적이다. 강민석, 강우람, 이후징, 임동섭, 김건욱, 김거성, 정용준, 김유은, 천서현, 장현일, 김진현 등 11명의 배우가 각기 다른 세대와 감정선을 대표한다. 젊은 배우들이 그려내는 열정과 두려움, 그리고 중견 배우들이 보여주는 묵직한 신념은 세대 간의 호흡으로 확장된다.
이번 작품은 제3회 이구아나 관람전에서 작품상과 연기상을 수상하며 예술성과 완성도를 입증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작품이 독립운동을 '역사의 교과서'로 재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연극은 과거의 이야기를 오늘의 언어로 번역해낸다. "청춘은 언제나 자기 시대의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다"는 메시지가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무대 위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절망과 용기는, 오늘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결국 '또 다른 오늘'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선언문에 가깝다. 이름 없이 쓰러진 청춘들의 목소리가 배우들의 호흡을 통해 다시 살아날 때, 관객은 묻게 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그들의 '오늘'이 우리의 '오늘'과 맞닿는 순간, 역사는 더 이상 먼 과거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이어지는 시간의 연속, 우리가 이어가야 할 또 다른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