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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사활 건 관세 담판, 정부·기업·언론 ‘3인4각’ 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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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5. 09. 18. 06:00

아투 최원영
지금 대한민국이 사활을 걸고 있는 미국 관세협상은 '3인 4각' 달리기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발을 묶은 채 호흡을 맞춰 한발 씩 내딛어야 하는 3인은 기업과 정부, 그리고 언론이다. 열심히 주판알을 튕겨 이익이 되는 협상 청사진을 그리는 건 우리 경제의 핵심 주체 기업이다. 그 기업의 정확한 니즈와 큰 그림을 읽고 치밀한 시나리오로 협상에 나서는 당사자는 정부다. 그리고 또하나, 언론은 스피커다. 공식·비공식 가리지 않고 가감 없이 뉴스를 세상에 전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언론은 '국익'이라는 대승적 결과물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저녁 세종에서 열린 기자단 만찬에서 미국과의 관세협상 전략을 묻는 질문에 곤혹스러워 했다. 김 장관 본인 발언이 다 하워드 러트닉(美 상무장관)에게 들어가고, 러트닉의 말이 다시 본인한테 돌아오는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올들어 김 장관이 20번이나 만났다는 러트닉이다. 이미 패를 다 깐 상태로 만나는 상대와 무슨 전략적 담판이 가능할까.

김 장관이 기자들한테 양해를 구한 건 협상 전략이 유출될 경우 상대가 이를 역이용해 우리 국익에 불리한 조치를 강요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는 국가안보 못지않게 중요한 '경제 안보'를 지키는 일이다. 가뜩이나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치열하게 협상하겠다면서 미국을 방문한 판이다.

떠오르는 실사례 중 하나를 풀어놓자면 과거 미국 정부가 내놓은 한국산 철강 반덤핑 관세의 이유는 값싼 전기료였다. 한국의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값싼 전기를 공급받아 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기 때문에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게 미국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근거로 들이민 건 한국 언론사의 산업용 전기료가 싸다는 식의 기사들 스크랩이었다.

얼마전 남아공 대통령의 방미에서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의 소위 '매복 공격'도 같은 맥락의 자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 대통령에게 백인 농부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기습적으로 준비된 동영상을 틀고 스크랩 된 남아공의 기사들을 꺼내 공격했다. 결례임에도 상대국이 직접 쓴 기사라며 공개적으로 윽박지르고, 압박하는 식의 외교 전략을 폈다.

그렇다면 언론은 일종의 딜레마에 빠진다. 국익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의 고민이다. 떠올려야 할 건 지금은 국가의 미래가 걸고 격한 외교전이 벌어지는 때라는 점이다. 치열한 막전막후에서 기업과 정부, 언론의 세 주체가 각기 제 역할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일 때 국익이라는 커다란 목표까지 이르는 길이 열린다.

정부와 기업은, 언론이 전략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컨대 언론의 지나친 조기 공개나 과도한 해석은 협상카드를 상대방에게 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적 절체절명의 순간, 언론은 신중한 보도 태도를 견지해야 하며 국익을 위한 협력자로서의 역할 인식도 필요하다. 그래야 균형 잡힌 보도가 가능하다.

또 하나, 국민들 역시 이 외교전의 또다른 플레이어다. 긴박한 외교전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키워내야 한다. 복잡하고 어렵지만, 투명성만큼이나 신중함이 요구되는 외교 현장에 대한 인식이 깊어져야 한다. 이 모든 게 맞아 떨어질 때 복잡한 외교전에서 최선의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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