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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치권, 손흥민의 품격·헌신 리더십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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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9. 1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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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호 칼럼니스트·전 조선일보 영국특파원
축구선수 손흥민은 인간으로서도 슈퍼스타다. 경기장에서 펼치는 신들린 기량과 불굴의 투혼은 말할 것도 없고, 동료들과 상대팀, 팬과 팀 관계자들, 심지어 지역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그는 언제나 환한 미소와 겸손한 태도, 각종 자선과 기부행위로 최선을 다해 관심을 갖고 배려한다. 그래서 상대팀 선수와 팬들조차 그를 존경하고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 아마 세계적으로 스타 운동선수 중 안티 세력을 거의 찾을 수 없는 유일한 존재가 아닐는지.

글로벌 슈퍼스타 손흥민이 10년간의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경력에 마침표를 찍고 지난달 6일 미국 MLS(메이저리그 사커)에 입성하자마자 미국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가히 미국 무대에 '손세이셔널'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LS리그에서 뛴 지 한 달여 만에 소속팀 LAFC 공격수로서 15일까지 5경기에 출전해 2골 1도움을 올린 것을 비롯해, 두 차례 국가대표팀 친선경기(미국, 멕시코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단순한 공격 포인트 이상의 가치를 발휘하며 경기장 안팎에서 구단과 리그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다. 유니폼 판매량 1위, 티켓가격 상승, 최다관중 기록 경신 등 MLS 시장가치 1위 등극뿐만 아니라, 언론의 특집기획 보도 등 엄청난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실력뿐 아니라 팬들을 향한 진심 어린 팬 서비스로 '월드 클래스'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미국 무대 데뷔전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으나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팀 동료에게 기회를 양보한 사례는 이타적 행위로 클로즈업 됐다. 또한 심판들의 잇단 오심으로 억울함에 분노하는 팀원들을 다독이고 평정심을 잃지 않고 차분히 심판진을 상대하는 모습이란! 손흥민 선수가 EPL을 떠나 미국 MLS로 이적한 결정이 더욱 화제가 된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제안한 연봉 800억원을 거절하고, 그 4분의 1에 불과한 181억원의 LAFC를 택한 때문.

EPL 득점왕과 소속팀 토트넘의 주장으로서 41년 만의 유로파리그 우승 등 엄청난 활약을 펼친 그는 33세에도 전성기 못잖은 실력을 유지, 중동 유럽의 빅클럽으로부터 특급 러브콜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오직 '행복한 축구', 재미와 성공을 선사하는 '꿈과 희망의 축구'를 위해 미국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뭣보다 미국을 택한 것은 1년 뒤 이곳에서 열리는 월드컵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가 될 이 대회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기 위해 시차 및 기후 적응이 용이한 점을 고려했다. 돈이 아닌, 국가대표로서의 사명감을 택한 그의 선택에 많은 팬들이 감동하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으로서 월드컵을 향한 손흥민의 뜨거운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예선 H조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종료 직전 보여준 '마스크맨(배트맨)' 주장 손흥민의 투혼 넘치는 플레이는 명장면으로 지금도 생생하다. '(안와골절상) 다시 다치는 게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엔 "한국에서 응원하는 국민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위험성은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활달한 성격의 손흥민은 먼저 다가가 동료들을 챙겨주고, 용기를 북돋운다. 팀이 패배했을 때 늘 "전부 주장인 나의 탓"이라며 선수들을 감싼다.

여기서 역주행하는 우리 정치권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대통령을 비롯해 입법부, 행정부, 심지어 사법부마저 장악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위임받은 권력을 조자룡 헌 칼 쓰듯 마구 쓰고 있다. 정청래 당 대표는 지난 9일 국회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내란'을 26차례 들먹이면서 야당인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청산은 정치보복이 아니다"라며 대국민사과를 거듭 요구했다. 이에 반발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손가락질하며 "내란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 회동에서 공통 대선 공약 추진을 위한 민생경제협의체 구성 등에 합의한 지 하루 만에 대야공세에 나선 것. 지난 10일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대 특검의 수사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대신 국민의힘은 정부조직 개편에 협조하기로 합의했으나, 발표 직후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반발하자 정청래 대표가 "협상안이 지도부 뜻과 다르다"며 합의를 파기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지도부와 긴밀하게 소통했다"며 "정 대표는 사과하라"고 맞받았다.

여야 신뢰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당 지도부에서조차 원팀은 고사하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여기에 대통령은 자신의 사법연수원 동기생(18기) 7명을 고위 공직자로 지명했다. 이 중 상당수는 경력과 전문성 없이 발탁됐다.

야당인 국민의힘의 지리멸렬상은 목불인견(目不忍見) 자체다. 냉철하고 진정성 있는 성찰과 명확한 현실인식을 토대로 심기일전,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해야 하거늘, 현실에 안주한 채 무기력한 대처로 일관해 한숨만 나올 뿐이다.

여야 모두 내로남불,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타령을 언제까지 할 건가. 우리의 정치 현실이 손흥민 선수의 살신성인(殺身成仁), 나라사랑 활약상과 대비돼 참담한 심정이다. 프랑스의 위대한 지도자 샤를 드골 대통령(1890~1970)은 의회에 불만을 품었지만, 의회를 해산시키지 않았고 우파의 지지를 받았지만, 좌파를 멸시하지 않았다.

"축구에서 상대방은 라이벌이지만, 그들이 없다면 경기를 할 수 없다. 정치인들이 축구로부터 이런 점들을 배웠으면 좋겠다." 세계적인 축구 명장(名將)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말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류석호 칼럼니스트·전 조선일보 영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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