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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우리 헌법 105조1항은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로 돼 있다. 대법원장의 임기가 헌법에 명시된 것은 대법원장 직위의 안정성이 사법부의 독립에 필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탄생한 현행 '87년 헌법' 성립 이후 역대 대법원장 중 임기 중 사퇴한 사례는 없다. 보수든 진보든 어떤 성향의 대통령이 집권하더라도 현직 대법원장의 임기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헌법에 보장되기도 했지만 삼권분립의 핵심 요소로 대법원장 임기 보장의 관행이 정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조 대법원장이 이끄는 사법부가 명백한 헌법 위반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발 쿠데타와 이후 탄핵 국면에서 헌법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하지만 '직접 선출'된 입법부가 간접 선출 권력인 사법부보다 상위에 있다는 논리에 따라 사법개혁, 대법원장 사퇴까지 밀어붙인다면 이는 매우 위험하다. 법을 만드는 사람, 법을 집행하는 사람과 법에 따라 심판하는 사람을 분리하는 게 삼권분립의 정신이다. 입법부가 사법부, 행정부보다 우위에 있는 권력이라면 삼권분립이나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 헌법학자와 민주주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대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와 '소수자 보호'라는 두 가지 원리가 결합된 정치시스템이다. 의회 의원과 대통령이라는 선출 공직자가 국정을 책임지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다수의 지배 원칙에 충실하다면, 사법부는 소수자 보호 원리를 대표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주장하는 '입법 권력 우위론'은 소수자 보호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를 무시할 위험이 있다. 국회 법사위원장과 법사위원의 요구에 따라 헌법에 임기가 보장된 대법원장이 사퇴한다면 이는 한국 헌정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민주당의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환호를 받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에겐 민주주의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