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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빈틈 남긴 첫 공급대책…보완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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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기자

승인 : 2025. 09. 15. 14:03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연합뉴스
전원준 건설부동산부 기자
지난주 이재명 정부의 첫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나왔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사업 방식을 직접 시행으로 전환하고, 도심의 공공기관·공기업이 보유한 노후 시설과 유휴 부지를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첫 공급 청사진을 내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다. 갑작스러운 탄핵 정국 속에서 정책 설계에 한계가 있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취임 3개월 만에 내놓은 공급 대책치고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취임 첫 달 단행한 6·27 대출규제가 과열된 시장을 단숨에 진정시킨 것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들에게 미친 충격이 컸던 만큼, 공급 측면에서도 보다 확실한 신호가 필요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급의 선봉에 선 LH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임대주택 손실을 택지 분양 수익으로 메워왔지만, 민간 매각이 차단되면서 재원 확보가 시급해졌다. 지난해 말 LH 부채는 160조105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28년에는 226조9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공공성을 앞세운 직접 시행이 LH 재무 리스크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이유다.

민간 건설사의 참여 여부도 변수다. 래미안·힐스테이트·자이 등 이른바 1군 브랜드의 참여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지만, 공공 사업은 전통적으로 수익성이 낮아 중견 건설사의 무대였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산업재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진 상황에서 낮은 수익성과 안전사고 리스크까지 감당하려는 대형 건설사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필수적인 서울시의 협력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공공 주도로 주택을 보급하겠다는 정부와 달리,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 방식을 천명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 2만6228가구 중 85.5%(2만2426가구)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공급된 점을 감안하면 서울시의 접근법에 손을 들어주는 평가가 더 우세하다.

정부 역시 정비사업 기간 최대 3년 단축, 35년 유지된 주택 소음 기준 및 학교용지 기부채납 규제 완화 등 카드를 내놨다. 하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같은 대표적 규제는 그대로 남아 있는 만큼 공급 확대를 뒷받침할 '큰 그림'과 세부 조율 사이의 괴리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9·7 주택 공급 확대 방안과 관련해 "칭찬도 비난도 없는 걸로 봐서는 잘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안정적인 공급 여건을 마련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 대통령 역시 "구체적 공급·수요 정책은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며 한계를 일부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주택 수요자들의 불안을 덜어낼 세밀한 보완책을 조속히 내놓아 국민 주거 안정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길 바란다.
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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