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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금융 어디로…은행권 이자장사에 내몰린 중·저신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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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09. 10. 18:28

기준금리 인하에도 가산금리 늘어
銀 "총량 규제·연체율 부담"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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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었지만 중·저신용자들은 금리 하락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의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축소하면서 여전히 높은 금리가 유지되고 있어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포용금융' 기치 아래 중·저신용자 대상 자금 공급 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차주의 높은 연체율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강화된 심사와 금리 부담에 은행권에서 밀려난 중·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월 신용대출 평균 금리(서민금융상품 포함)는 4.63%로, 올해 초(5.32%)보다 약 0.7%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상반기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신용대출 금리도 작년 말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신용점수별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고신용자의 대출금리는 인하폭이 컸던 반면, 저신용자는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1000~951점 차주의 7월 신용대출 금리는 4.13%로 올 초보다 0.71%포인트 낮아졌고, 950~901점 차주도 0.7%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의 신용대출 금리는 9.464%로 0.34%포인트, 651~600점 차주는 0.38%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는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의 가산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600점 이하 차주의 가산금리는 올 초 7.756%에서 7월 7.814%로 0.058%포인트 상승했고, 650~601점 차주도 0.03%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1000~951점 차주는 0.01%포인트, 950~901점 차주는 0.036%포인트 낮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에 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도 영향을 미쳤다. 700점 이하 신용대출에선 가감조정금리가 올 초보다 하락했지만, 900점 이상 대출에서는 0.2%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은행들은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로 총량 목표가 반토막 난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건전성 위험이 커졌고, 이 리스크가 가산금리에 반영되며 금리 부담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고신용자 대신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는 건 역차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취약계층에는 단순 대출 외에도 비금융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은 저축은행·카드론 등 제2금융권으로 눈을 돌리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경우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검거된 불법 사금융 범죄는 2588건으로, 이미 작년 한 해 발생 건수의 94.6%에 달했다.

손재성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시중은행들이 손쉬운 이자 장사를 통해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둬들인 만큼, 상생 차원에서 중·저신용자 금리 인하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배드뱅크 설치, 연체 이력 삭제 등의 조치도 중·저신용자의 경제적 재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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