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의약품의 수급 불안정 기대
의료계 “임의로 약 바꾸면 환자 안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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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수급 불안정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국회가 성분명처방 의무화 법안을 발의하면서 의사와 약사간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약사계는 환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성분명처방을 적극 찬성하는 반면 의료계는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약사법 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특정 의약품의 수급 불안정으로 환자들이 처방받은 약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내에 '수급불안정의약품 공급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회가 지정한 의약품에 대해 의사가 성분명으로 처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처방전을 작성할 때 특정 상품명이 아닌 약의 성분명을 기재하도록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타이레놀'이라는 상품명 대신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성분명을 처방하는 방식이다. 이는 20여년 전부터 논의됐지만 매번 의사단체의 반발로 좌초됐다.
장 의원의 법안 발의에 약사와 의사간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약사계는 성분명처방을 통해 환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이 강화되고, 동일 성분 약제 간 가격 경쟁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최근 반복되는 의약품 품절 사태로 환자들이 불편과 혼란을 겪고 있는 만큼 성분명 처방이 공급 안정화의 핵심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약사회는 앞서 발표한 6대 정책 과제 중에 성분명 처방을 최우선 과제로 꼽을 만큼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의사가 상품명을 적어주면 약사는 반드시 해당 제품만 조제해야 해 환자가 약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성분명 처방이 정착되면 약사는 재고 상황과 환자 상황을 고려해 동일 성분의 다른 약으로 조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의료계는 성분명 처방 도입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대한의사협회는 "약마다 흡수율이나 부작용 양상이 달라 같은 성분이라도 환자 반응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의사의 판단 없이 임의로 약을 바꾸는 것은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에서 '필수의약품 안정 공급'을 명시하며 성분명 처방을 포함시켰다. 다만 정부는 제도 전면 확대가 아닌 수급 불안정이 잦은 필수의약품에 한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복지부는 성분명 처방이 도입되면 국민 의료비 절감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기대다. 현재 국내에서는 동일 성분 의약품이라도 제약사·브랜드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성분명 처방과 함께 대체조제 사후 통보 간소화, 공적 전자처방전 도입, 유통 개선 조치 등 종합 대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성분명처방 법제화는 약사회 숙원사업이자 정부 공약 과제이지만, 의사와 약사 간 마찰이 가장 큰 쟁점"이라며 "무엇보다 환자 안전 등을 위한 선결과제가 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