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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방중에 앞서 북·중 접경지역인 자강도로 추정되는 곳의 군수 기업소를 찾아 새 미사일 생산라인을 점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사일 무력의 전망적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현대화된 생산공정이 확립된 것"이라며 만족을 표했다. 북한이 핵과 함께 주력 개발하고 있는 미사일 공장을 방중 직전에 시찰함으로써 핵과 미사일 군사 역량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한편 북·중·러 간 향후 군사적 결속을 예고하는 노림수를 내비친 것이다.
이번 방중을 통해 김 위원장은 다자 외교 무대 첫 등장을 하게 된다. 이는 북한이 정상 국가라는 이미지를 대외에 선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북·러 접근으로 그동안 소원해졌던 북·중 협력 관계를 다시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겠다. 대외무역의 9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은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 복원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북한이 러시아의 한계를 알고, 다소 소원해진 중국과의 관계 복원 기회를 보고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도 북한의 지정학적 비중 등을 고려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26명의 국가 원수·정부 수반급 인사를 발표하면서 푸틴 대통령 다음으로 김 위원장을 호명했다. 행사 자리도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중심으로 오른쪽엔 주빈인 푸틴 대통령을, 왼쪽에는 김 위원장을 각각 배치했다.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나란히 앉는 밀착 장면을 통해 최근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통한 한·미·일 3국 공조를 겨냥한 3각 연대를 공식화하겠다는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의 관계가 복잡한 시점에서 북·중·러 간의 연대를 강조하는 강력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의미도 있다.
북·중·러 밀착을 통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협력은 앞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 역내 질서 변화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 고착화 우려를 높일 수 있다. 이런 구도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익 중심 실용 외교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한·일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유연한 자세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등 외교무대에서 한·미·일 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