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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이재명 정부 코드 맞추기 나선 은행...소비자 가려운 곳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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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승인 : 2025. 08. 26. 18:10

조은국 사진
"국내 금융기관도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 이자수익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대통령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수취에 대해 내놓은 지적이다.

국내은행은 올해 상반기 15조원에 달하는 당기순익을 올렸다. 은행의 핵심 이익기반이 되는 이자이익은 상반기에만 30조원에 육박했다. 은행들이 거둬들이는 이자이익은 2023년 59조2000억원, 지난해 59조3000억원이었다. 올해 역시 60조원에 육박하는 이자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이자 덕에 주요 은행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미국발 관세전쟁과 수출 및 제조업 경기 둔화 등 국내외 경기가 침체되면서 주요 기업들이 역성장 한 가운데서도 은행들은 호실적을 이어간 셈이다.

이 대통령이 지적한 대목도 여기다.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겪고 있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이자부담에 허리가 휘고 있는데, 은행들만 이자장사로 배불리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은행권은 이재명 정부 코드에 맞춰 금융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장기 연체자 채무 소각을 위한 배드뱅크 출연, 기업대출·투자 중심의 생산적 금융을 위한 국민성장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또 다른 청구서를 받았다. 이번엔 '교육세 인상'이다. 매출이 1조원 이상의 금융회사에 대해선 현행 두 배의 교육세를 부담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정부 정책에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는데도, 비난과 청구서가 계속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은행들이 상생금융과 포용금융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데도 요구는 계속된다면, 정작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의 금융지원 방안에 대해 체감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수백억원 규모 상생금융 발표보다 당장 0.1%포인트 금리 인하가 금융소비자에게 있어 체감 정도가 크다는 얘기다. 최근 일부 은행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됐음에도 금융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우대금리를 축소해 전체 대출금리를 유지하는 꼼수를 쓴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또 금융소비자가 직접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금리인하요구권도 수용보다 거절이 많은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연봉이 오르고, 승진하면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할 수 있다고 금융소비자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문턱은 낮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소비자들이 불만을 갖는 이유는 왜 거절됐는지, 금리인하요구권을 적용받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은행 입장에선 금리를 내려주는 건 이익이 줄어들게 되는 만큼 반가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은행의 존재 이유가 금융소비자에게 있고, 이재명 대통령이 상생과 포용금융을 요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의 가려운 곳부터 긁어간다면 정부도 은행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은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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