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 기업 운영 안내견학교
사회화·훈련부터 활동·은퇴까지 책임
분양받은 시각장애인 '파트너'로 불려
사회적 소통 기회·심리적 만족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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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에세이 '작은 것들과의 대화'에서 안내견 사업에 대해 남긴 말이다. 삼성이 1993년 안내견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차라리 가난한 사람이나 복지 단체에 직접 기부하라는 말을 전해들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의지를 꺾지 않았다. 안내견 사업이 사회 복지에 대한 국민 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란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주변의 우려 속에서 시작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올해 32주년을 맞았다.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안내견학교로 자리매김했다. 이 곳은 단순히 안내견을 교육해 분양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노력도 병행 중이다. 그 결과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시각장애인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 변화를 이끄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화재는 26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개교 32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퍼피워커,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가족 및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훈련사 등이 참석했다. 또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이연희 민주당 의원,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 등도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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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4년 첫번째 안내견 '바다' 이래 매년 15두 내외를 분양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308두의 안내견을 분양했으며, 현재 활동 중인 안내견은 85두다. 안내견을 분양받는 시각장애인은 주인이 아닌 '파트너'로 불린다. 단순한 주종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우선 시각장애인이 보도블록이나 계단, 횡단보도 등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흰지팡이만 이용할 때보다 안정적으로 장애물을 통과할 수도 있다. 실제 이날 시연을 한 안내견은 앞에 계단이 있다고 알리기 위해 바로 계단을 올라가지 않고 멈춰 기다렸으며, 장애물은 우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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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종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프로는 "혼자일 때보다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지고 사회적으로 소통할 기회가 많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안내견과 함께하면서 안전하다는 심리적인 만족감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굉장히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안내견을 한 마리 분양시키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안내견은 생후 3~14개월에는 퍼피워킹(일반 가정에서 돕는 안내견의 사회화 과정) 자원봉사 가정에서 사회화 과정을 거친 이후 15~22개월 동안 훈련을 받게 된다. 훈련 통과율은 35% 안팎이다. 이후 파트너매칭, 파트너 동반교육 등을 거쳐 분양돼 7~8년 안내견으로 활동하고 은퇴하게 된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일반인 대상으로 한 시각장애 체험 행사 등 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은 "안내견학교의 지난 32년간의 시간은 자원봉사자와 정부, 지자체 등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하나된 걸음'으로 노력했기에 가능했다"며 "시각장애 파트너와 안내견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사회적 환경과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