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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는 왜 광우병 보도에 ‘편파적’이라 답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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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8. 22. 06:00

칼럼사진_이지애
이지애 국제부장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자가 20년 전 한 방송사의 아나운서 공채 최종 면접에서 받은 질문이다. 당시 PD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한창인 시점이었다. 미친 소가 날뛰는 자극적인 장면을 본 수많은 국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

정치적 배경이나 보도 이면의 의도도 몰랐던 20대 초반의 기자는 "편파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최종 합격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보도를 했던 방송사에서 뉴스를 진행하게 됐다.

방송사 내부에 들어가 뉴스를 진행하며 깨달은 점이 있었다. 우리 국민은 순수하고 선동에 약하며 대중의 흐름에서 소외당하는 걸 싫어한다는 점이다.

세월이 흘렀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은 사람이 광우병에 걸렸다는 뉴스는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게 낫다"던 누군가는 훗날 라스베이거스에서 미국 햄버거를 먹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국민의 불안을 부추긴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그 보도에 편승했던 이들의 사과는 없었다. 피해를 입은 축산업계나 수입업체에 대한 보상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전략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정확하지 않은 뉴스는 외신 보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4년 미국 대선 관련 보도다. 국내 주요 언론들은 대부분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후보보다 우세하다는 식의 논조를 이어갔다. 특히 대선 토론 직후 한 종합편성채널 아침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이번 토론은 폭스뉴스에서도 해리스 후보가 우세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과 달랐다.

실제 토론 직후 폭스뉴스의 주요 프로그램들은 정반대의 평가를 내놨다. 폭스뉴스 대표 앵커 케일리 맥이너니는 "ABC 토론 진행자들은 편파적이었다. 트럼프는 3대1로 싸운 셈"이라고 했고, 폭스뉴스의 인기 프로그램 'The Five'의 진행자는 "해리스는 모든 질문을 회피했고, 경제 관련 질문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Fox News Democracy24'에서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폭스뉴스를 단 하루만 시청해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보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미국 보수 성향 매체인 뉴스맥스는 라스무센 리포트와 RMG 리서치의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앞섰다고 보도했다.

라스무센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달 13~17일 실시된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50%, 부정 평가는 48%였다. 라스무센은 2016년과 2024년 미국 대선에서도 실제 결과에 가장 근접한 예측을 내놓은 기관으로 평가받았다.

또 다른 조사 기관인 RMG 리서치가 지난달 9~16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52%로, 부정 평가 48%를 상회했다. 뉴스위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급등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다는 기사는 찾기 어렵다.

정확하지 않은 뉴스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해왔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뉴미디어 시대가 열리며 우리는 훨씬 다양한 경로로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소식을 워싱턴 특파원의 보도로만 알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한국의 작은 시골에서도 백악관의 발표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고, 미국 대통령과 내각 인사들의 발언도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누가 그러더라'는 말에 휘둘려 거리로 나섰던 광우병 사태 때와는 전혀 다른 조건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더 똑똑한 개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졌고, 그만큼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는 여건도 충분하다.

곧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와 관련한 국내외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수많은 뉴스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다. 우리는 '똑똑한 개인'으로서 대응해야 한다. 정확한 정보를 선별하고, 사실 여부를 스스로 검증하며, 자극적인 프레임에 흔들리지 않는 깨어 있는 국민 의식이 요구된다. 뉴스를 읽고 판단하는 국민의 인식 수준은 곧 국가의 수준을 결정한다. 더 이상 과거의 선동에 휘말렸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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