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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후 도전 시대, 데이터와 품종으로 여는 농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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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8. 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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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장
기후가 바뀌고 있다. 더운 날은 더 길어지고, 추위는 느닷없이 찾아온다. 평년보다 일찍 피는 꽃, 갑작스러운 서리, 열매가 익기도 전에 타버리는 작물들까지 최근 몇 년간 우리 농업은 그 어느 때보다 극한 날씨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채소와 과수 분야에서 이상기상에 따른 생육 불량, 품질 저하, 수확량 감소 등 피해가 급증하면서 농업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과수의 경우, 꽃 피는 시기 저온으로 인해 2023년에는 사과 1만 8,807ha, 2025년에는 배 1,038ha가 피해를 입었고, 생산량은 20%가량 감소했다. 채소도 예외는 아니다. 상추, 배추, 고추 등 주요 채소류는 기온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으로, 최근 5년간 평균 수확량이 15% 이상 감소한 지역도 있다.

이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전 주기적 이상기상 대응 체계'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방상팬과 열풍 송풍기를 이용한 온도 유지 기술, 통로형 온풍법과 미세살수장치 등을 보급하고 있다. 또한 영양제 살포를 통해 나무의 내한성을 높이는 기술도 연구개발 중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단순히 피해를 막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과수원의 기후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데 핵심 요소이다. 채소 분야에서는 고온기 적응 기술로 저온성필름 개발, 차광망 설치, 수경재배 환경 제어, 내고온성 품종개발 등이 병행되고 있다.

마늘과 양파의 경우 겨울철 이상고온 대응을 위하여 재배관리 기술 확립과 피복 필름 선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정밀농업으로의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드론과 다중분광 이미지,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사과, 배, 상추, 토마토 등에서 엽질소 함량, 탄수화물, 당도 등을 예측하는 기술이 현장 실증 단계에 있다.

이를 통해 비료 사용량을 줄이고, 생육 상황을 실시간 진단해 이상기상에도 안정적인 품질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기술 개발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그 답은 '품종'에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기후 스트레스에 강한 품종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과수는 노란색 사과, 개화기가 늦은 배, 고온에도 까맣게 색이 잘 나는 포도, 숙기 빠른 복숭아 등 소비자 선호와 내재해성을 겸비한 품종을 개발 중이다. 채소는 고온에도 잘 자라는 상추·고추, 병저항성 배추 등 복합재해 저항성 품종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육종 기반의 분자표지 선발 시스템을 도입하여, 기존보다 품종개발 기간을 30~40% 단축시킬 계획이다.

이상기상은 과수와 채소를 가리지 않고 피해를 주기 때문에, 품목별 맞춤 대응뿐 아니라 통합된 경감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농가별, 지역별, 작형별 맞춤 기술 매뉴얼 보급과 함께 농업 현장에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예방-진단-경감-복구' 기술 체계가 요구된다.

또한 이상기상 발생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과수생육품질관리시스템과 조기경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제 이상기상은 단순한 '변수'가 아니라, 기술개발과 정책 수립의 '상수'로 자리 잡았다. 이상기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농업 현장에서 이상기상을 '예외'로 다루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데이터 기반의 선제 대응, 기후적응형 품종개발, 피해경감 기술의 실용화, 그리고 기술 보급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책 연계가 절실하다.

기후 위기 속에서 지속 가능한 원예농업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과학은 지금, 가장 현실적인 생존 기술로 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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