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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박, NHL 드래프트 7라운드 지명… 에드먼턴이 선택한 한국계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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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7. 01. 12:58

2024년 미지명 아픔 딛고 1년 만에 드래프트 성공
고교·주니어 리그 거친 에이든 박, 한국계 하키 유망주의 가능성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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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NHL 드래프트에서 전체 223순위로 에드먼턴 오일러스의 지명을 받은 에이든 박. / 사진 Edmonton Oilers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25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신인 드래프트에서, 총 224명의 선수가 지명된 가운데 한국계 공격수 에이든 박(Aidan Park)은 전체 223번째 순번으로 에드먼턴 오일러스의 선택을 받았다. 그는 고향 인근 행사장에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지명의 순간을 지켜봤다.

에이든 박은 2006년생으로 캘리포니아주 허모사 비치(Hermosa Beach)에서 자랐다. 아이스하키가 주류 스포츠가 아닌 지역이지만, 그는 LA 주니어 킹스 유소년팀에서 하키를 시작했고, 이후 미네소타의 하키 명문 고등학교인 샤턱 세인트메리스(Shattuck-St. Mary's)로 진학했다. 이 학교는 NHL 스타인 시드니 크로스비, 조너선 테이브스 등을 배출한 명문으로, 에이든 박은 이곳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고교 3학년 시절인 2023-24시즌, 에이든 박은 56경기에서 93포인트(30골 6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내 에이스로 활약했다. 졸업 후에는 미국 주니어하키리그(USHL)의 그린 베이 갬블러스(Green Bay Gamblers) 팀에 합류했다. 이 리그는 프로 진출 전 단계의 유망주들이 경쟁하는 무대로, 에이든 박은 2024-25시즌 55경기에서 33골 3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리그 상위권 성적을 남겼다. 시즌 종료 후에는 USHL 세컨드 올스타 팀(2군 올스타)에 선정됐다.

플레이 스타일은 수비와 공격을 모두 수행하는 '투웨이 포워드'에 가깝다. 에이든 박은 퍽(아이스하키의 공) 소유 능력, 위치 선정, 골문 앞 마무리 능력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수비 시에는 활동량이 많고 적극적인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185cm, 85kg의 체격 조건도 안정적인 편이다. 다만 스카우팅 리포트에 따르면, 상위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스케이팅 속도와 상체 근력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다.

에이든 박은 2024년에도 NHL 드래프트에 도전했지만 당시에는 지명되지 못했다. 이후 1년간 꾸준히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다시 도전한 끝에 2025년 드래프트에서 오일러스의 선택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결과는 아쉬웠지만, 그 경험이 오히려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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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NHL 드래프트 현장에서 지명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에이든 박.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에드먼턴 오일러스 유니폼을 처음 입었다. / 사진 Edmonton Oilers
이번 지명은 단순한 선수 선발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북미 아이스하키 무대에서 한국계 선수가 NHL 드래프트를 통해 이름을 올리는 일은 흔치 않으며, 특히 미국 남부의 비주류 지역에서 성장한 선수가 고등학교, 주니어리그, 대학 진학을 거쳐 정통 하키 시스템의 관문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편, 에이든 박은 이번에 NHL 드래프트에서 지명됐지만 당장 NHL 무대에 데뷔하는 것은 아니다. 북미 하키 시스템에서는 드래프트 지명 후 대학리그(NCAA)에서 수 년간 기량을 쌓은 뒤 프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에이든 박은 2025-26시즌부터 미국 미시간대학교(Michigan Wolverines) 하키팀에 합류해 NCAA 무대에서 경쟁할 예정이다. 미시간대학교는 최근 몇 년간 여러 NHL 선수를 배출한 강력한 프로그램으로, 박에게도 중요한 성장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에드먼턴 오일러스 구단은 박을 지명한 이후 "오랜 기간 주시했던 선수"라며 평가했다. 구단은 대학 무대에서의 발전 정도를 지켜본 뒤 향후 계약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에이든 박은 당장은 프로 계약 대신 대학 진학을 택했지만, 이는 NHL 도전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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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턴 오일러스 유니폼을 입고 공식 포즈를 취한 에이든 박. 한국계 유망주로서 NHL 진출의 첫 관문을 넘었다. / 사진 Edmonton Oilers
에이든 박은 NHL에서 700경기 이상을 뛰었던 리처드 박의 외조카이기도 하다. 리처드 박은 1994년 드래프트를 통해 NHL에 입성한 한국계 선수로, 그의 조카인 에이든 박도 같은 길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에이든 박은 "외삼촌이 있었기에 하키를 시작할 수 있었다"며 자신이 한국계라는 사실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NHL 선수가 되는 꿈을 꾸었고, 그 출발선에 드디어 설 수 있게 됐다.

드래프트 순번은 낮았지만, 에이든 박은 팀워크, 수비 의식, 경기 감각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NHL 무대에서 공격보다는 수비와 연결 역할이 강조되는 3~4번째 공격 조합(라인)에서 활용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된다. 에이든 박은 "이름이 불릴 거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끝까지 현장에 남길 잘했다"며 지명 소감을 전했다.

에이든 박의 이번 지명은 단순한 개인의 성취를 넘어, 한국계 선수들에게도 NHL 무대의 문이 열려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그를 보며 하키를 시작할 어린 선수들에게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그의 도전은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뎠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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