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흥행 수표’ 수도권 분양 타격…잔금 대출 ‘6억 초과’ 불가
“서울 국민평형 분양가 10억 훌쩍…청약 신청률 하락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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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안에서 정부는 대책 시행 이후 분양이 진행되는 수도권 신축 아파트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6억원 이상 초과해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또 '갭투자'(전세 끼고 아파트 매입)로 활용할 수 있는 조건부 전세대출도 금지하기로 했다. 세계적 고금리 장기화 현상으로 공사비가 치솟으며 수도권 신축 단지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오른 가운데, 새 규제 시행으로 '현금 부자' 위주로 분양시장이 재편될 수밖에 없어진 셈이다. 이는 아파트 분양 실적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존 위기에 놓인 건설사들의 고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분양시장에서는 2만3420가구 규모의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지역별로 △경기 1만8947가구 △서울 2811가구 △인천 1662가구 씩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7일 △주담대 6억원 초과 금지 △2주택자 이상 주담대 금지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등 대출을 일으켜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수요를 줄이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총망라한 강력한 대출 규제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다음 달 쏟아지는 물량 중 상당수가 정부의 새로운 대출 규제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규제 발표 다음 날인 28일 이후로 입주자 모집 공고문을 내는 수도권 신축 아파트에도 새로운 규제를 적용하기로 해서다. 규제 시행일 이전 모집 공고를 낸 서울 성동구 '오티에르 포레', 영등포구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 등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지만, 추후 분양 일정에 돌입하는 단지는 새 규제를 피할 수 없다.
이 중 아파트 청약 시장에 큰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측되는 규제는 주담대 6억원 초과 금지, 갭투자 금지다. 현재 서울의 전용면적 84㎡형 평균 분양가는 10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상황이다.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누어진 분양 대금을 모두 내야 아파트 소유권을 받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중도금 대출은 예외로 인정했지만, 통상 분양가의 30% 정도인 잔금을 대출로 전환할 때는 6억원을 초과해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했다. 주택을 담보로 잔금대출로 전환할 경우 6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분양 대금은 수분양자가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부족한 분양 대금을 전세대출 받은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활용해 충당하는 갭투자까지 원천 차단되며, 청약 시장의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관련 금융 규제가 발표 다음 날부터 곧바로 적용되며 아파트 입주장에서는 전세대출을 끼지 않은 임차인을 구하거나 잔금대출을 통해 직접 실입주하려는 수분양자의 움직임이 분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공급 물량이 올해 들어 월간 기준 최대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설사들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의견도 뒤따른다. 올해 절반 가까이 이어진 정치적 불확실성 탓에 건설사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아파트 분양을 7월 이후 집중적으로 시작해 실적 회복을 꾀했지만, 청약 호성적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계약금만 가지고 청약에 신청하는 비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수도권 분양 시장도 냉기가 돌 수 밖에 없다"며 "분양가를 낮출 수도 없고, 여러 가지 요인으로 미뤄놨던 아파트 공급 일정도 더 늦출 수 없어 수익성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사 생존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정부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이번 대출 규제는 분양가와 무관하게 잔금 대출은 최대 6억원까지만 허용되는 구조다. 이는 실질적으로 분양가 10억~12억원 이상의 중·고가 신축 아파트에 대해선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수요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건설사들의 분양률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지역별 차등화라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