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유가에 불붙인 ‘중동화약고’… 韓기업, 확전땐 불확실성 심화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616010006930

글자크기

닫기

이지선 기자

승인 : 2025. 06. 15. 17:50

정유·화학·해운업 등 긴장감 고조
장기화 땐 산업계 전반 부정적 전망
직접 영향 2주 정도 걸려 신중론도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충돌이 격화하면서 당장 원유 가격에 민감한 SK·GS·HD현대 등 정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국내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스 매장량 2위, 석유 3위 이란의 에너지시설 타격에 따라 국제유가가 출렁이고 있어서다. 장기적으로 유가 인상은 대한항공, HMM 등 항공·해운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이스라엘 자동차시장 1·2위인 현대차·기아 등 우리 수출기업들은 가뜩이나 안갯속 통상환경에 글로벌 경기부진까지 심화한 상태에서 중동 확전 불확실성까지 가세했다.

다만 이란-이스라엘 간 충돌이 여러 차례 반복됐던 만큼 당장 대응하기보다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4월, 10월 등에 벌어졌던 충돌 당시에도 유가가 급등했지만 다소 빠르게 진정되면서 산업계 전반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들 또한 큰 움직임보다는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3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2.49달러로. 전일 대비 3.92%, 전주 대비 8.07% 올랐다. 당일 이스라엘은 이란 테헤란을 공습했고, 이후 이란의 미사일 공세와 재보복이 잇따랐다. 이란은 세계 3~4위권의 산유국으로, 글로벌 석유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장 유가가 급등세로 반응한 배경이다.

원유 가격 급등이 실제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주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분쟁이 장기화된다면 산업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는 전량 수입하는 한국 경제는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22년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비교해도 여파가 더 클수 있다는 시각이다. 당시에는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보복소비에 따른 수요 회복 기조가 보였으나, 현재는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및 경기 침체가 지속돼 온 면이 있기 때문이다.

전병하 NH증권 연구원은 "만약 이란의 기타 지역 에너지 생산 및 저장 시설에 타격을 입을 경우,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고 가격에 민감한 국가들의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고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석유제품만 두고 보더라도, 유가가 오르면 가격 경계 심리로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미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하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 급등 및 가격 불안정성 심화가 업계에는 경영 불확실성이 될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를 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쟁이 과거에도 계속 일어났던 만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에도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분쟁으로 핵심 원유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을 시사해 유가가 급등했으나, 전면전까지 이어지지는 않으면서 산업계까지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석유협회 관계자 또한 "원유 가격이 제품 가격에 영향을 주기까지는 2주 정도가 소요되는 만큼 분쟁의 추이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방산업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정도로 반응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전쟁으로 인한 판매량 타격이나 유가인상, 환율 등 간접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는 이스라엘 자동차 시장에서 각각 15%, 14%로 1위와 2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현지 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해운업계는 현지 상황에 따라 분쟁지역을 회피하는 등 유연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2023년 10월 홍해 사태 이후 인천-텔아비브 노선을 중단해 직접적 영향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유가 상승 등에 따른 여파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지선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