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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다주택자 규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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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기자

승인 : 2025. 06. 0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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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부동산전문기자
'집값 초양극화.' 요즘 부동산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서울 고가 아파트 단지에선 신고가 거래가 잇따른다. 살 사람은 많은데 매물이 귀하다 보니 팔렸다 하면 최고가를 갈아치우기 일쑤다. 반면 지방은 집값 하락에다 늘어만 가는 '불꺼진 새 집'(준공 후 미분양 주택) 때문에 울상이다.

서울에서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상급지 아파트값은 다락같이 뛰고 있는데,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하급지는 거래 절벽 속에 상승세가 주춤하다. 오히려 하락하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러니 서울과 지방, 서울 상급지와 하급지 집값 격차는 더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벌어진 상태다.

다주택자 규제가 집값 양극화를 만든 주범이라는 지적이 많다. 다주택자를 옥죄는 징벌적 규제로 인해 집을 여러 채 갖는 것보다 핵심지에 '똘똘한 한 채'만 소유하는 게 집값 상승 및 세금 측면에서 차라리 낫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실제로 다주택자에게 덧씌워진 굴레가 적지 않다. 다주택자는 집을 사고(취득세), 보유하고(종합부동산세), 파는(양도소득세) 모든 단계에서 세금을 '억' 소리 나게 내야 한다.

취득세율은 최고 12%로, 기본세율(1~3%)보다 훨씬 높다.

양도세의 경우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6~45% 누진세율이 적용되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선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30%포인트가 더 매겨져 최고 세율이 75%에 달한다. 여기에 지방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까지 더하면 실제 세 부담은 훨씬 더 크다. 내년 5월 9일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유예된 상태지만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

매년 내야 하는 종부세 역시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겐 최고 5%의 중과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말 그대로 '세금 폭탄'이다.

이렇다 보니 다주택자는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등 수익이 덜 날 집을 처분하고 소위 '잘 나가는' 똘똘한 한 채에 올인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선 똘똘한 한채를 잡겠다고 서울 상급지 원정길에 오르는 지방 '큰 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투기 차단과 집값 안정 카드로 꺼내든 '다주택자 때리기'가 결과적으로 집값 양극화와 지역 불균형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똘똘한 한 채 쏠림은 전월세 시장 불안의 트리거(기폭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주택자는 민간 부문의 주요 임대주택 공급자인데, 이들이 규제 탓에 고가 주택 하나만 보유하는 쪽으로 돌아설 경우 임대 물량 부족으로 전월셋값이 들썩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다주택자 중과세에 따른 피해를 집 없는 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셈이다. 규제의 역설이다.

다주택자 옥죄기가 무주택자나 '못난이 한 채' 소유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달래는 정치적 해법은 될지언정 효율적인 집값 안정 대책은 될 수 없다. 그릇된 정책은 바로잡아야 한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핵심 정책 과제는 다주택자 규제 완화를 통한 똘똘한 한 채 수요 쏠림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래야 집값 안정을 도모하고 지방 소멸도 막을 수 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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