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생보사 인수시 격차 커질듯
이찬우 회장 비은행 자회사 협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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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이 가진 자산은 5대 금융그룹 가운데 우리금융그룹보다 많은 네 번째다. 하지만 수익성은 꼴찌다. 원인은 두 가지다. 우선 핵심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의 영업 포트폴리오가 비수도권과 리테일에 쏠려있어 수익성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다. 비은행 부문에선 NH투자증권 의존도가 높은데, 지분율이 56%에 불과해 수익을 고스란히 그룹 실적에 반영할 수 없다.
게다가 우리금융과의 실적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이 회장의 고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우리금융은 농협금융보다 체급이 낮지만 순이익에선 앞서왔다. 여기에 생명보험사 인수까지 마무리되면, 농협금융은 '만년 5위' 그룹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에 이 회장이 취임 직후 자회사를 직접 돌며 구상했던 방안이 '그룹 시너지 극대화'다. 최근 투자자문업 인가를 받은 NH농협은행은 NH투자증권과 협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인 글로벌 부문에서도 NH투자증권의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농협은행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올 1분기 기준 총 자산(신탁 자산 제외)은 575조8911억원으로, 우리금융(532조7000억원) 보다 약 43조원 앞선다. 그만큼 농협금융의 자산 체급이 우리금융보다 좋다는 뜻이다. 하지만 순이익을 살펴보면 우리금융이 앞선다. 농협금융과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각각 7140억원, 654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명예퇴직, 생보사 인수 등 일회성 비용 1600억원을 감안하면 농협금융의 수익성은 우리금융에 밀린다. 작년 순이익에서도 우리금융과 6500억원 격차가 났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자회사들의 기여도(올 1분기, 4%)가 농협금융(28.8%)에 비해 현저히 저조한데도, 수익성 측면에서 농협금융을 앞선다. 앞으로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보험을 인수해 비은행을 강화할 경우, 실적 차는 더욱 커질 것이란 게 금융권 중론이다.
이에 이찬우 회장은 그룹 차원의 시너지 역량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후 계열사들을 직접 방문해 CEO(최고경영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당부하고 "지주에서도 적극 지원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수익 포트폴리오 개선을 위해서도 그룹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농협은행은 비수도권과 리테일에 영업자산이 쏠려있다고 평가받는다. 경기 침체 여파로 연체율이 상승하게 되면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늘어나 실적에 타격을 받는 구조인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기업금융 영업에 공들이는 건 그만큼 수익이 좋기 때문인데, 영업 현장에서도 농협은행은 5대 은행 가운데 기업금융 시장점유율이 낮다고 평가받는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농협은행은 농업·농촌 지원이라는 정체성을 지닌 곳인 만큼, 4대 시중은행처럼 수익성에 유리한 기업금융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최근 농협은행은 투자자문업 겸영 업무 인가를 받으며, NH투자증권 간 협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그룹 시너지를 높여 비이자이익을 창출해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비은행 부문 강화도 이 회장이 풀어야할 숙제다. 비은행 부문에서는 NH투자증권이 저조한 NH농협생명·손보의 실적을 메워주고 있다. NH투자증권의 그룹 순이익 기여도는 올 1분기·연결 기준 15.8%에 달한다. 다만, 농협금융의 증권 지분이 57.54%인 만큼, 향후 중장기적으로 NH투자증권 지분을 확대해야 실적 파이를 키울 수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수익성 부분은 숙제로 가져가고 있다"며 "농협금융의 특성상 (수익성이 좋은) 대기업 등 기업금융 보다는 농촌·농업, 소상공인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춰져야 하는 만큼, 여러 고민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