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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 인수부터 SKMS까지…최종현 선대회장 기록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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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5. 04. 02. 10:35

SK그룹, 최종현 선대회장 기록 사료화
디지털 아카이빙으로 자료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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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12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유공(現 SK이노베이션) 인수 후 첫 출근하여,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SK
"플로피디스크(필름 소재의 데이터 저장장치)를 팔면 1달러지만, 그 안에 소프트웨어를 담으면 가치가 20배가 된다"(최종현 선대 회장, 1992년 임원 간담회에서)

"AI(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인 LLM을 우리가 만들어서 장착하지 않으면 AI 종속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최태원 회장, 2025년 대한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최종현 SK선대회장이 강력히 주장하던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30여년 후 아들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 고민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처럼.

이렇게 최 선대회장은 어찌 보면 한 세대를 건넌 후의 경영환경까지 내다보던 셈이다. 이러한 최 선대회장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은 자료들이 최근 복원됐다. 섬유부터 석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위한 유공 인수부터 이동통신사업을 따내기 위한 좌절과 극복 과정까지 아우르고 있어 SK를 넘어선 우리 경제사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사료에서 최 선대회장이 언급하는 주요 논의 안건은 정치적 불확실성, 세계 경제 위기, 기후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 등이다. 지금의 SK그룹이 현재 맞이한 어려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 회장은 부친의 기록 속에서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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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왼쪽)이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조지 H. W. 부시 前 미국대통령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SK
◇SK고유 경영 관리체계의 정립
2일 SK그룹은 故 최종현 SK 선대회장 경영활동을 담은 자료 복원을 마쳤다고 밝혔다. 그룹 수장고 등에 장기간 보관해온 경영철학과 기업활동 관련 자료를 발굴해 디지털로 변환하고, 영구 보존·활용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최 선대회장은 사업 실적과 계획 보고, 구성원들과의 간담회 등을 녹음해 원본으로 남겼다. 이를 통해 그룹 경영 철학과 기법을 발전시키고, 우리나라 기업 경영 수준을 높이겠단 의지가 담겼다. 지난 2023년 창사 70주년을 맞아 어록집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해당 자료들의 역사적 가치를 확인한 SK는 아카이빙을 추진했다.

이번에 복원한 자료는 오디오·비디오 형태로 약 5300건, 문서 3500여 건, 사진 4800여 건 등 총 1만 7620건, 13만1647점이다. 최 선대회장의 음성 녹취만 오디오 테이프 3530개에 달한다. 이는 하루 8시간을 연속으로 들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만큼 상당한 분량이다.

SK 고유 경영관리체계를 정립하고 전파하는 과정이나 그룹 주요 의사결정 순간에서 토론 장면 등을 상세하게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공인수부터 이통사업까지…좌절과 성공의 역사
최 선대회장은 1973년 당시 선경그룹 경영에 나서며 회사를 세계 최고의 에너지·화학회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원유부터 섬유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위해서다.

이번 복원 사료에서는 유공 인수 전후 과정도 담겼다. 최 선대회장은 석유파동 당시 정부 요청으로 중동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공급 담판을 짓는 당시 상황을 녹취로 남겼다. 네트워크를 구축해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을 인수, 현재 SK그룹의 토대를 닦았다.

다음으로 주목한 사업은 이동통신 사업이다. 앞선 준비 끝에 1992년 압도적 격차로 제2이동통신사업자에 선정됐지만 특혜시비가 일자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이때 최 선대회장이 좌절하는 구성원들을 격려하는 상황도 고스란히 녹취에 담겼다.

구성원을 설득해 사업권을 반납한 후 2년만에 최 선대회장은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주당 8만원대 주식을 주당 33만5000원에 인수하기로 하자 주변에서 재고를 건의했지만 최종현 회장은 "이렇게 해야 나중에 특혜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 회사 가치를 더 키워가면 된다"고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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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6월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서 최종현 SK 선대회장(사진 왼쪽 5번째)이 환하게 웃고 있다./SK
◇'사업보국'부터 R&D 중요성까지…미래 본 '혜안'
최 선대회장의 기록에서 그가 지닌 사업보국에 대한 의지 뿐만 아니라, 위기를 돌파해온 혜안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관련해서도 최 선대회장은 기업인으로서의 역할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1980년대 중반 임원 간담회 녹취에서 최 선대회장은 "우리나라는 수습이 빠르다. 기업인들까지 불안 요소때문에 들뜰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치가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경제가 나빠지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한다.

1992년 임원들과 간담회에서는 "R&D(연구개발)를 하는 직원도 시장 관리부터 마케팅까지 해보며, 돈이 모이는 곳, 고객이 찾는 기술을 알아야 R&D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라며, 현재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성공 과정을 미리 예견한 듯 실질적인 연구를 주문한다.

1990년대 중반 유럽 한 국가의 왕세자 면담을 위해 준비한 보고서에는 앞으로 기후위기가 심각한 국제문제가 된다며 법정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환경기준을 맞추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제안이 담겨있다.

SK 관계자는 "최 선대회장의 경영 기록은 한국 역동기를 이끈 기업가들의 고민과 철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자료"라며 "양이 매우 많고 오래돼 복원이 쉽지 않았지만, 첨단기술 등을 통해 품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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