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원인 노사 갈등···중국산 철강재·미국 관세도
현대제철 노사 성과급 대립···자회사, 단협 갈등
당진·순천공장 파업···재고 소진시 자동차 납품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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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과 자회사 모두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갈등이 길어질 경우 자동차 소재 납품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14일 현대제철은 "최근 국내외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강도 높은 자구책 없이 경영 개선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라며 "전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기로 결정했으며, 해외 출장 최소화 등 비용 절감 방안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은 비상체제 돌입 이유로 수입산 철강재 잠식, 미국 관세 부과, 노조 리스크 등을 꼽았다. 현대제철은 최근 중국과 일본 저가 철강재가 국내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자 후판과 열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입된 철강재는 877만톤으로 2017년 이후 가장 많다. 중국산 철강재는 국내 철강 업체 제품보다 30%가량 저렴해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았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당기순손실은 650억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한국 등 전세계 철강 제품에 대해 25% 관세도 부과했다. 미국으로 판매하는 철강은 미국 현지 철강제조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현대제철이 비상체제에 돌입한 직접적 이유는 노사 갈등으로 분석된다. 전날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결렬되자마자 다음날 비상경영 돌입을 발표했다. 전날 임단협에서 노조 측은 임원 임금 삭감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비상 체제 돌입 보도자료에서 "경영 실적 악화를 감수하고 1인당 평균 2650만원 수준 성과금 지급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추가 성과금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왔다"며 "향후 노사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산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과 자회사 모두 노사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서 동시 파업이 발생했다. 현대제철 노사는 성과급 규모를 두고 대립해왔는데, 전날 임단협에서 사측이 기존 제시안을 동일하게 제안하자 노조가 반발하며 파업에 다시 돌입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하공정의 연속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 라인(CGL·Continuous Galvanizing Line) 파업을 지난 13일 저녁부터 20일까지 진행한다. 노조는 순천 냉연공장에서도 14일과 15일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자회사인 현대ITC 노조도 지난 13일 오후 11시부터 15일 오전 7시까지 32시간 총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회사 파업은 현대제철과 달리 3년째 갈등을 빚는 단체협약 때문이다. 노조는 2023년 단체협약에서 기여금 10% 인상, 협력업체 시절 근무 경력 인정, 4조 3교대서 4조 2교대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과 자회사 모두 노사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기존에 제시한 성과급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과거 성과급 기준보다 낮은 사측 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현대ITC 사측도 노조의 단체협약 요구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갈등이 길어질 경우 자동차 소재 납품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현재 두 달치 냉연강판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파업으로 냉연 생산을 제대로 못해 재고로 대응 중이지만 장기간 파업 시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