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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빈약한 감시체계…요양보험 부당청구만 5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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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환 기자

승인 : 2025. 02. 17. 17:12

부당청구 줄었지만 징수율은 되려 악화
"해외 실시간 감시 시스템 도입 검토해야"
부당청구 대응 강화한다지만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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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연합
지난해 노인 장기요양보험 부당청구 규모가 500억원을 넘어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후 적발과 환수를 진행하고 있지만, 환수율은 점점 낮아지고, 부당청구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움직이는 모습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왜 사전에 예방할 수 없는가'라는 비판이 거세다.

17일 전문가들은 건보공단이 노인 장기요양보험 부당청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점을 문제의 핵심으로 꼽고, 지금처럼 적발 후 환수하는 방식으로는 부당청구를 근절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건보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의원에 제출한 '연도별 노인장기요양보험 부당이득 징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요양 기관 1127곳에서 513억3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부당청구 규모는 126.2% 증가했고, 징수율은 5년 전 97.5%에서 60.0%로 급락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를 타낸 기관이 점점 늘어나는데도, 이를 적발한 뒤 회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접근 방식 자체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당청구 사례는 요양 서비스 시간 부풀리기, 허위 서비스 기록, 장기요양 등급 조작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실제 서비스를 받아야 할 노인들이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일부 기관은 부당청구 적발 후 벌금을 납부하고도 계속 운영을 이어가거나, 이름만 바꿔 동일한 방식으로 보험 급여를 타내는 등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보공단이 단속 인력을 늘리고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고질적인 부정청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당청구를 사전에 차단할 예방적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해외에서는 일본과 독일 등이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전자태그(RFID)와 스마트 기록 시스템 등을 활용해 요양 서비스 제공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요양 보호사가 서비스를 제공할 때마다 전자태그를 사용해 기록하도록 의무화해 허위 청구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고, 독일은 민관 합동 감시 체계를 운영해 철저한 관리·감독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시스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부정청구 기관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는 부당청구가 적발되더라도 벌금을 내고 계속 운영할 수 있는 구조라 일부 기관은 '걸리면 벌금만 내면 된다'는 인식으로 부정행위를 반복하고 있지만, 일정 횟수 이상 부당청구를 한 기관은 운영 허가를 취소하는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울러 내부 고발 활성화를 위한 신고 포상금 확대와 보호 시스템 강화도 또 다른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요양기관 내부 직원들이 부당청구를 목격하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고자 보호를 철저히 보장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이 시급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복지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장기요양보험은 국민이 낸 보험료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재원으로, 부당청구가 반복되는 현 상황은 단순한 재정 손실이 아니라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적발 후 환수하는 접근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국민이 낸 소중한 돈이 낭비되지 않도록 사전 예방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환수 결정 후 안내부터 징수까지 일정 시차가 발생한다. 환수 결정 사례 중 90% 이상이 6개월 이내에 징수되고 있어, 환수율이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하반기 환수 결정 건에 대한 징수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추후 환수율은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선 새로운 시스템 구축 계획은 없지만, 부적정 급여 지급을 방지하기 위해 급여비용 심사를 강화하고 있고, 부당청구탐지시스템(FDS) 고도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부당청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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