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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력망확충특별법, 고준위방폐장법, 해상풍력법 등 이른바 에너지 3법은 여야 이견이 적음에도 처리가 밀리고 있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국회 보고가 미뤄지며 표류가 장기화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종사자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예외'를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합의처리를 기약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영향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며 이를 충당할 전력망 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인허가 절차 개선 및 지역주민 특별보상 근거 등을 담은 전력망특별법 제정은 필수적인 과제다. 원전 내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달한 상태에서, 원자력발전소 가동에 따른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확보도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이를 위한 고준위방폐장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모두 처리 시기가 늦어질 경우 산업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법안들이다.
향후 15년 간의 전력 수요를 반영해 전력수급 계획을 수립하는 전기본도 확정이 더는 늦어져서는 안 된다. 사실 지난해 말에는 확정됐어야 했던 것으로, 이미 제7차 전기본 이후 가장 늦은 시기이지만 지금이라도 보고 절차를 거쳐 확정해야 한다. 전기본이 지연되면 에너지 계획 전반이 밀리게 되는 것으로, 이 이상 늦어지면 전력 공급 능력이 제때 갖춰지지 못해 전력 수요를 맞추지 못하거나 전력기업들이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정치권이 정쟁에 매진하는 동안, 제때 국가의 입법 지원 등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업계의 불안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국가의 민생경제를 살펴야 할 국회가 더 이상 정치적인 이유로 역할을 외면하며 산업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될 것이다.
국회는 오는 17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에너지 3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야당이 거부해 온 전기본 보고를 받을지 여부도 이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탄핵 정국 장기화로 정치권이 점차 민생 현안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여야가 마주앉아 민생경제 관련 법안들을 논의할 자리가 모처럼 마련된 것이다. 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됐고 법안에 대한 이견도 적다. 이번에 여야가 소위에서 법안을 합의로 통과시킨다면 오는 19일 산자위 전체회의를 거쳐 빠르면 이달 내 본회의 통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를 놓치고 다시 정쟁에 빠져든다면 또 언제 민생 문제로 여야가 마주앉을 수 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이 이상 미뤄지면 지원 적기를 놓칠 수 있고, 산업계가 더 이상은 기다리기 힘든 상황이다. 이제는 국회가 지리한 정쟁을 중단하고, 전기본 보고를 받고 에너지 3법을 처리함으로써 제 역할을 해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