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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후반 들어 일제히 '탈(脫)통신'을 외쳤던 통신3사는 몇 년 전부터 AI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각 사가 대대적으로 내세우는 중장기 지향점도 '글로벌 AI 기업', 'AICT 기업', 'AX 기업' 등 통신이 아닌 AI를 강조한다. 언젠가부터 업계에선 '더 이상 통신사로 부르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단순히 AI 유행 따라가기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주력인 이동통신사업은 내수시장이 기반이라 성장의 한계가 명확하다. 정부 민생규제와 맞닿아 있어 사업 변동성이 높은데다 고수익을 담당하는 5G 가입자 비중도 70%를 넘어섰다. 5G 가입자는 지난해부터 매월 0~1%대 증가율을 나타내면서 수익 지표인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감소하는 실정이다. 각 사 이동통신매출도 매 분기 3% 미만의 성장을 나타낸 지 오래다.
수익을 좇아야하는 기업으로서 AI에 눈이 갈 수밖에 없지만, 5G 상용화 7년차에도 품질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는 점은 다소 실망스럽다. 최근까지도 일부 시민단체는 5G 품질이 불안정해 LTE(4G)와 다름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5G 상용화 당시 통신3사가 강조한 '20배 빠른 5G'는 허위·과장광고로까지 치부된다.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라는 점에서 완전한 불만 해소가 어렵긴 하지만, 사업자들의 노력도 아쉬움을 남긴다. 2019년 9조원 후반을 기록했던 통신3사 CAPEX(설비투자)는 현재 7조원 안팎으로 줄어든 상태다. 5G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단 게 이유라지만, 지난해 각 사 실내 5G 기지국 수가 전체의 10~11%에 불과한 것만 보더라도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다. 지하나 터널 등에서의 5G 기지국 구축은 더욱 미흡한 지경이다. 5G 품질의 핵심 지표인 5G 전송속도가 매년 개선되고 있지만, 실내 음영지역과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투자는 아직까지도 부족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미래 먹거리 발굴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런 차원에서 AI는 기업의 생존을 책임질 핵심 산업이 분명하다. 다만 아직까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신사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이동통신사업이 본업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균형감 있는 투자가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