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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가장 어리석은 ‘관세戰’…현대차의 가장 영리한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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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 기자

승인 : 2025. 02. 04. 17:30

트럼프 관세 유예…리스크 여전
현대차그룹, 현지화 기민한 대응
250203 현대차, 아이오닉 9 사전 계약 개시(3)
아이오닉 9./현대차
202112081173719
지난달 초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회. 정의선 회장은 발언을 이어 나가던 중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그 종이에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저서에서 발췌한 구절이 적혀 있었다.

"성장이 정체되고 혁신 적응에 실패한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렸다. 모든 결정을 내릴 때 고객의 행복 여부에 답이 있다."

올 한해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고객 중심 가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는 메시지였다. 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그의 책을 추천하는 등 평소에도 피터 드러커의 경영 철학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특히 드러커가 '변모하는 경영자의 세계'에서 강조한 '사회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탁월한 성과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는 원칙은 현대차그룹의 위기 대응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의 무기화' 앞에서 더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미국 언론 말마따나 트럼프의 보호 무역 정책이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관세전쟁'이라면, 현지화와 선제 투자를 토대로 한 현대차그룹은 '가장 영리한 생존법'을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백악관이 '관세의 무기화'란 안팎의 비판에 장문의 자료를 배포하면서, 미국 내 현지 투자를 늘린 현대차의 사례를 직접 언급한 것도 그룹이 일궈낸 차별화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 이면에는 글로벌 정세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기민하게 반응해 미국 내 현지 생산 투자를 늘리는 행동으로 옮긴 의사결정 과정이 있다.

이미 2022년 미국 조지아주에 약 6조원을 투자해 연간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겠다고 했다. 하이브리드 수요가 많아지자 당초 전기차만 생산할 예정이던 해당 공장을 혼류생산이 가능하도록 수정했다.

앨라배마 공장까지 합치면 현대차의 경우 관세가 부과돼도 미국 판매량의 70~80%까지 커버가 가능하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인 강판을 미국 현지에서 자체 조달하기 위해 제철소 건설까지 검토 중이다.

물론 트럼프의 보호 무역 정책의 '포문' 격이었던 멕시코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한 달간 유예되긴 했지만, 여전히 트럼프식 관세의 무기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도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에 해당하는 만큼 언제든 또 다른 규제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서도 기민하게 대응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선제적 투자와 유연한 전략 조정이라는 '영리한 생존법'이 트럼프의 관세 파고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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